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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세계 최초 인공수정’ 반달곰네 이어 호랑이네도 새 식구 탄생

중앙일보

입력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우리나라 환경부·해양수산부·문화재청·산림청이 법률로 지정 보호하는 국가보호종인 호랑이와 반달가슴곰에게 새로운 식구가 늘어났습니다. 지난 5월 2일 백두산 호랑이가 살고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원 맹수사에서 새끼 네 마리가 태어났고요. 그보다 앞선 지난 2월에는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을 통해 반달가슴곰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죠.
백두산 호랑이는 한국 호랑이, 시베리아 호랑이라고도 부르는데요. 과거 한반도에 살았지만 현재는 북한 함경도에 소수 살고 있는 걸로 추정되죠. 서울동물원에서 백두산 호랑이가 탄생한 것은 2013년 10월 3마리 번식 이후 5년 만입니다. 호랑이는 보통 한 번에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4마리가 태어난 것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예요.
세계적으로 시베리아 호랑이의 순수혈통은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World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가 관리하는 '국제 호랑이 혈통서'에 등록한 개체만 인정됩니다. WAZA는 세계 동물원·수족관이 종 보전과 동물복지를 위해 만든 협회로, 매년 등록된 호랑이의 번식·이동·폐사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유전자 분석자료를 통합관리하는 등 순수혈통을 엄격하게 관리하죠. 아기 호랑이들의 부모인 조셉(8·수컷)과 펜자(9·암컷) 모두 국제 호랑이 혈통서에 등록돼 있어요.

지난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백두산 호랑이 새끼 네 마리가 태어났다. 사진은 어미 펜자와 새끼들의 모습.

지난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백두산 호랑이 새끼 네 마리가 태어났다. 사진은 어미 펜자와 새끼들의 모습.

엄마인 펜자는 2016년 러시아에서, 아빠 조셉은 2017년 체코에서 국내로 들어와 만났죠. 서울동물원 맹수사 함계선 사육사는 “호랑이의 임신 기간은 103~105일 정도”라며 “안정기에 들어서면 임신한 암컷은 수컷과 따로 지낸다”고 말했어요. 또 “지금은 출산으로 예민한 시기라 사육사도 최소한으로 접촉하고, 먹이를 줄 때도 가장 익숙한 사육사가 밖에서 미리 인기척을 내고 접근한다”고 전했죠. 자칫하면 민감해진 어미가 새끼를 돌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요. 24시간 CCTV로 관찰·보호하는 아기 호랑이 4마리는 현재 모두 건강한 상태랍니다.
7시간에 걸쳐 4마리를 낳은 펜자는 이번이 세 번째 출산이었는데요. 평소 소고기·닭고기 등 하루 3~4㎏였던 먹이량을 출산 후 5~6㎏으로 늘렸죠.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양고기, 소 생간 등 특별식과 비타민·철분 같은 영양제도 받는 등 특별 관리를 받고 있어요.
호랑이는 젖을 떼는 데 길게는 6개월이 걸리고, 그 후에는 다진 고기로 이유식을 합니다. 아기 호랑이들은 먹이를 먹는 법이나 걸음마를 비롯해 호랑이다운 여러 가지 행동을 배우는 동안 엄마와 함께 있죠. 번식 성공 보고는 이미 했고, 7월 중 혈통서에 등록할 계획이에요. 아직 이름은 짓지 않았는데, 함 사육사는 “호랑이 이름은 공모를 받거나 사육사들이 시대·상황에 맞춰 짓는다”고 말했어요. 서울대공원은 아기 호랑이들이 젖을 떼고 동물사에서 환경 적응기를 거친 뒤 내년 초쯤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5년부터 반달가슴곰의 인공수정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5년부터 반달가슴곰의 인공수정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왔다.

2004년부터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 2월 태어난 새끼 2마리의 유전자를 최근 분석한 결과, 인공수정에 성공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는데요. 연구진은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증식장에서 지난해 7월 수컷 곰 'RM-19'의 정자를 채취한 후 4마리(RF-04, CF-38, CF-37, RF-109)의 암컷 곰을 대상으로 인공수정을 시행했습니다. 그중 어미 곰 2마리(RF-04, CF-38)가 각각 새끼 1마리씩을 출산했죠. 다만 CF-38이 출산한 새끼 1마리는 지난달 초 어미가 키우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사했어요.
반달가슴곰을 부르는 RM·CF 등의 관리 코드 이니셜은 개체의 원산지 및 성별을 뜻합니다. R(Russia)은 러시아, C(China)는 중국, K(Korea)는 한국, F(Female)는 암컷, M(male)은 수컷을 말해요.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 김정진 팀장은 “이번에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새끼는 한국에서 낳은 곰이므로 K가 붙는다”고 설명했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인공수정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자연 번식을 통해 개체 수가 늘며 56마리(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새끼 불포함)에 이르렀지만, 세력이 우세한 몇몇 개체만 번식에 참여해 같은 부모의 새끼들만 계속 태어나는 등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반달가슴곰 새끼와 어미의 모습.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반달가슴곰 새끼와 어미의 모습.

또 곰의 경우 수정 후 바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이 아니라 생리적·환경적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궁에 착상하는 ‘지연착상’을 해요. 또 겨울철 동면하면서 새끼를 낳기 때문에 출산·양육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 상태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사산 또는 유산할 가능성도 큽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곰과 동물의 인공수정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죠.
세계적인 희귀종인 판다의 경우 중국 등에서 수십 년 동안 인공수정을 시도해 왔는데, 지난 2006년에서야 최초로 성공했어요. 성공률이 25% 미만에 불과하죠. 미국 신시내티동물원과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에서도 각각 북극곰과 말레이곰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새끼를 출산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새끼 1마리는 8~9월경 증식장 인근의 자연적응훈련장으로 옮겨져 야생 적응 훈련을 받게 되는데요. 이때 발신기를 부착하며 관리 코드를 받죠. 김 팀장은 “보통 먹이가 많은 가을에 방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발육 상태, 개체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구체적인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서울대공원·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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