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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불법이민, 가슴으로 다스려라” 트럼프에 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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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멜라니아. [로이터=연합뉴스]

멜라니아.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이 미국 사회 안팎에서 격한 논란을 부르고 있다. 불법으로 입국하다 적발될 경우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해 수용하는 새 지침에 따라 국경에서 수천 명이 꼼짝없이 ‘생이별’에 처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사진) 여사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공화당 내분 조짐도 보인다.

밀입국자 부모와 자녀 격리 비판 #6주 동안 아동 1995명 생이별 #로라 부시도 “잔인하고 비도덕적”

1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셤 공보 담당관은 최근 정부의 밀입국 단속 문제와 관련해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와 떼놓는 것을 보는 걸 싫어한다(hates). 민주 공화 양당이 궁극적으로 힘을 합쳐서 성공적인 이민 개혁을 이루길 희망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리셤은 또 “멜라니아 여사는 법을 따르는 나라가 필요하지만 또한 가슴으로 다스리는 나라 역시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연방검찰에 내린 지침에 따라 본격 시행에 들어간 무관용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이다. 세션스 장관은 지난달 “(미국)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이를 기소하라”고 지시하면서 아이들 역시 ‘관용 없이’ 부모와 격리하도록 하달했다. 앞선 정부들은 미성년자 자녀를 둔 밀입국자의 경우 예외를 둬서 기소하지 않고 이민 법정에서 사안을 처리해왔다. 이에 따라 멕시코 국경에선 밀입국을 시도했다가 가족과 갈가리 찢어지는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온두라스 출신의 한 남성은 아내와 3살짜리 아들과 함께 지난달 밀입국했다가 적발돼 교정시설에 수감됐다. 그는 가족을 찾아달라며 애원하며 난동을 부리던 중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5일 국토안보부 발표에 따르면 4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 6주간 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 붙잡힌 성인들로부터 아동 1995명이 격리돼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빈센트 곤잘레스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17일 텍사스주의 이민자 보호시설에서 확인한 결과 6세 이하 어린이 최소 100명이 부모와 떨어진 채 생활하고 있었다. 이 정책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비인도적이라는 비판과 국경 질서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직 공보국장으로 ‘막말’ 파문 끝에 쫓겨났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의 날(17일)에 부모와 자식을 갈라놓는 나라로 보여선 안 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빌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가족이 찢기는 걸 보는 건 끔찍하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도 WP 기고를 통해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일”이라면서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 수용소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진주만 공습 같은 사태의 재발을 우려해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억류시켜 인종차별, 비인도적 행위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 생이별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민주당의 입법 비협조로 돌리는 발언을 계속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과 함께 국경 보안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협조해야 한다”면서 "(11월) 선거까지 기다리지 마라, 어차피 너희는 질 테니까!”라고 이죽거렸다.

강혜란·황수연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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