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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스 6개월 임상시험하고 위험 낮다?전문가들,거센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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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스를 피우고 있는 남성 흡연자. [중앙포토]

아이코스를 피우고 있는 남성 흡연자. [중앙포토]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자체 임상시험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이 줄었다고 발표하자 전문가들이 "6개월만에 심장병 인과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필립모리스는 18일 자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아이코스로 갈아탄 흡연자들의 심혈관질환ㆍ호흡기질환 위험이 6개월 새 감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해성 평가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필립모리스 "심혈관·호흡기질환 위험 낮다" #식약처 조사 결과도 대놓고 비판 #전문가 '시험결과 엉터리로 해석했다" 지적 #"평소 수십년 평가하자더니, 6개월 시험 제시"

 담배 전문가들은 필립모리스 측 연구에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6개월 만에 주요 질병과의 인과 관계를 평가하는 게 어려운 데다 수치상 유의미한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미국 흡연자 984명을 일반 담배 흡연자(488명)와 아이코스로 전환한 흡연자(496명)로 나눠서 6개월간 HDL-콜레스테롤, 백혈구 등 8가지 건강 지표를 비교 확인했다. 이들 지표는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 암 등 주요 질병 발생 위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아이코스로 갈아탄 사용자는 8가지 지표 모두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제출됐다.

 필립모리스의 최고 연구 책임자인 마누엘 피취 박사는 "짧은 기간에 유해성 감소를 평가하려 질병과 명확하게 연결되는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아이코스로 갈아탄 흡연자들에게선 금연과 동일한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났고, 일반 담배 흡연자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7일 식품의약안전처 담배연기포집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7일 식품의약안전처 담배연기포집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필립모리스는 지난 7일 발표된 식약처 유해성 평가 결과에는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더 많으며, 벤조피렌 등 각종 발암물질도 검출됐다고 공개했다. 이를 근거로 아이코스ㆍ글로ㆍ릴 제품이 인체에 덜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업체 측은 “타르는 담배규제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식약처의 타르 수치 계산 시 정확한 수분량이 측정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오는 12월부터 담뱃갑에 새로 부착되는 경고그림. 제일 아래 오른쪽이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에 부착되는 경고그림이다. [연합뉴스]

오는 12월부터 담뱃갑에 새로 부착되는 경고그림. 제일 아래 오른쪽이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에 부착되는 경고그림이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17일 최종 확정한 새로운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아이코스에는 오는 12월부터 ‘발암’ 위험을 알리는 암세포 그림이 의무적으로 부착된다. 김병철 한국필립모리스 전무는 ”일반 담배와의 유해성 차이가 경고그림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돼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 아이코스 매장에 진열된 제품들. [뉴스1]

서울 아이코스 매장에 진열된 제품들. [뉴스1]

 전문가들은 필립모리스의 발표 내용을 평가 절하했다. 연구 설계 자체에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3%, 5% 정도 떨어졌다고 강조하는데 실제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개선된 걸 확인하려면 장기적인 질병 발생률, 사망률 같은 것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8개 지표에 포함된 HDL 콜레스테롤과 백혈구는 심혈관 질환을 평가하는 대표 항목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학계에서 많이 쓰는 지표는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평소 같이 쓰는 중복 흡연도 현실에는 훨씬 많은데 연구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필호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담배 업계에선 평소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 등의 이슈가 있을 때는 인체 유해성을 수년, 수십년간 장기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6개월 만에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성을 비교 평가해서 말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르 함량이 의미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거로 내세운 WHO 보고서가 원래 담배 업체들의 ‘저타르ㆍ저니코틴’ 제품 홍보를 비판하기 위해서 작성됐다는 것이다. 이성규 센터장은 “필립모리스가 자신들을 지적하는 보고서에서 입맛에 맞는 일부 문구만 차용했다”고 꼬집었다.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은...

또한 이번 연구와 정반대로 아이코스의 인체 영향이 일반 담배와 다를 바 없다는 자체 분석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지난해 세계적 담배 전문가인 스탠턴 글랜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교수가 공개한 필립모리스 실험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당시 보고서에선 일반 흡연자와 아이코스 흡연자의 백혈구 수치, 혈압 수준 등 24개 건강 지표 중 23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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