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러시아 월드컵이 32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8일 스웨덴과 1차전에 나선다.
국내외 축구전문가들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F조에 속한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객관적인 평가에서 한국에 모두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월드컵 목표를 묻는 말에 “1승 1무 1패 또는 2승 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6강 진출 안정권 성적은 승점 5점(1승 2무)이다.
승점 4점, 1승 1무 1패가 불안한 것은 과거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이뤘다. 당시 한국은 1차전 그리스에 2-0 승리에 이어 2차전 아르헨티나에 1-4 완패를 당했지만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다. 아르헨티나가 3전 전승을 한 가운데 그리스가 1승 2패, 나이지리아가 1무 2패에 그치면서 극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같은 1승 1무 1패를 하고도 2승 1무의 스위스, 1승 2무의 프랑스에 밀려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신태용호가 안정적으로 16강행을 위해서는 최소 1승 1무 1패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신 감독이 1승 사냥의 확실한 제물로 생각하는 건 1차전 상대 스웨덴이다. 신 감독의 1승 상대는 1차전 스웨덴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의 1차전 성적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스웨덴에 비기거나 패한다면 사실상 16강 진출이 힘들어 진다.
신 감독은 13일 인터뷰에서 “스웨덴전에 올인했다. 멕시코는 스웨덴전이 끝나고 난 다음에 준비한다”며 1차전에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스웨덴을 잡으면 그 상승세 흐름을 멕시코와 2차전과 독일과 최종 3차전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믿어서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에서 ‘선수비 후 역습’ 전술을 구상하고 있다. 스웨덴의 공격 쌍두마차인 마르쿠스 베리-올라 토이보넨에게 실점하지 않는 건 장현수(FC도쿄)와 김영권(광저우)이 주축인 수비수들의 임무다.
득점하지 못하면 승리를 거둘 수 없는 만큼 후반에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이나 돌파력이 좋은 스웨덴 리그 출신의 문선민(인천)을 ‘조커’로 투입할 수도 있다.
신 감독이 밝힌 '1승 1무 1패 또는 2승 1패'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멕시코와 2차전에서 승리 또는 무승부가 필요하다.
멕시코는 자타가 인정하는 ‘조별리그의 강자’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7회 연속 출전인데, 앞선 여섯 번의 본선에서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신태용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멕시코도 스웨덴 못지않게 같은 비중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평가전에서 덴마크에 0-2로 패했던 멕시코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는 등 전력을 파악한 것도 멕시코전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F조 ‘절대 1강’인 독일에 대해서는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을 마치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스웨덴전에서 승리한 다면 한국은 24일 오전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리는 멕시코전서 최소 승점 1점이 필요하다. 멕시코는 F조에서 독일 다음으로 강팀으로 평가되지만 현재까지 부상자들이 많다. 또한 신태용 감독은 과거 리우 올림픽에서 멕시코와 조별예선을 치러 1-0으로 승리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한국은 마지막으로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최종 3차전을 펼친다. 독일은 한국에 버거운 상대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이뤄진 독일은 전술이나 체력 등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이런 독일을 상대로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멕시코, 스웨덴 등과의 승점, 골득실 경쟁에서 우위를 잡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만약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E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독일을 제치고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이다.
신 감독은 “독일은 워낙 선수 구성이 탄탄해 고민이 많았다. 독일은 미리 분석하기보다 1∼2차전이 끝난 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역시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16강 경기를 대비해 한국과 3차전에선 다소 경기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태용호가 그 허점을 파고들 여지도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