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선거는 미래권력의 요람이다. ▶1998년 고건 서울시장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2010년 안희정 충남지사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등 매번 선거 때마다 나중에 대선에 출마했거나 유력 대선 주자로 성장한 유망주를 다수 배출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선 악재를 뚫고 승리한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과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경수 경남에 깃발, 전국구 스타로 #드루킹 특검 결과가 차기 주자 관문 #이재명, 욕설·스캔들 흠집이 부담 #당선 인터뷰 태도 논란에 사과도
우선 김 당선인은 보수 아성 경남에 깃발을 꽂으며 일약 전국구 인물로 떠올랐다. 김 당선인은 드루킹 사건 배후 의혹이 제기된 데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김태호 전 지사가 맞상대로 정해지면서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당선인은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에 힘입어 김태호 전 지사를 물리쳤다.
이미 여권에선 “친문 진영이 부산·경남(PK)을 기반으로 한 김 당선인을 차기 주자 1순위로 키울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김 당선인은 후보 방송광고 영상에서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우리 경남은 두 거인을 키워낸 자랑스러운 땅”이라며 “거인은 거인을 낳는다. 노무현과 문재인을 이제 김경수가 이어간다”고 홍보했다. 김 당선인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잠재적 대선후보로 부상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짐은 제가 질 생각이 별로 없다. 성공하는 경남지사로 남는 게 지금으로서는 제 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당선인 앞에는 여전히 만만찮은 난관이 남아 있다. 드루킹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 김 당선인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조작 배후조종 의혹을 확실히 떨쳐 낼 수 있느냐가 차기 주자로 가는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인구 1300만의 경기 도백(道伯)이 된 이재명 당선인도 각종 네거티브를 뚫고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그를 괴롭혔던 ‘형수 욕설 파문’ ‘여배우 스캔들’ 등 사생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13일 밤 당선 확정 뒤 인터뷰 태도 논란을 일으켰다. 한 방송사 앵커가 “선거 막판에 (스캔들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하자 이 당선인은 갑자기 “잘 안 들린다”며 귀에 꽂은 수신기를 빼고 인터뷰를 중단한 것이다.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고 일부러 인터뷰를 끊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이 당선인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많다. 제 부족함이다”고 사과했다. 이 당선인이 한 체급 위로 성장하려면 사생활 논란에 따른 이미지 흠집을 보완하는 게 숙제가 될 전망이다.
◆당선 광역단체장 8명 수사=대검찰청 공안부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사범 1801명을 수사 중이다. 이 중에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고발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바른미래당이 고발한 이재명 당선인 등 광역단체장 당선인 8명이 포함됐다. 교육감 당선자 중에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7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형구·정진우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