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주 서부지역인 애월읍 해안도로. 검정색 화산암인 현무암 사이로 하얀 스티로폼이 툭툭 튀어나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국어와 한자가 쓰인 페트병이 나뒹굴고 파리까지 날려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이 지역은 해변을 중심으로 카페·음식점이 이어져 있고 제주 올레길 16코스가 인근에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제주 해안가 연일 해양 쓰레기 밀려와 #연간 2만t 발생...외국 쓰레기도 16.9% #쓰레기 보물로...리사이클링 축제 주목
해안을 걷던 관광객 박혜진(25·여·익산시 신동)씨는 “검정색돌(현무암)을 보고 싶어 제주해안도로를 찾았는데 해안 곳곳에 하얀 스티로폼이나 색색의 그물 등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며 “청정 제주해안이 빨리 깨끗해지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해안 쓰레기가 많은 것은 제주 동부권도 마찬가지였다. 쓰레기는 플라스틱류가 가장 많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2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덩개해안과 사계리 모래해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 2474개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류 쓰레기가 전체의 47.2%(1168개)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어구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쓰레기도 14.3%(355개)였다. 부표와 밧줄 등의 다른 어업 관련 쓰레기도 있었다.
제주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2만 t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중 수거한 쓰레기는 2015년 1만4475t, 2016년 1만800t, 2017년 1만4062t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제주도는 2014년 20억 3400만원이었던 예산을 61억100만원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늘리고 지난해 구성된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를 122명에서 올해 175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사면이 바다인 제주 해안선이 253㎞에 달하는데다 수시로 발생해 모두 치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수거한 해양쓰레기 처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염분을 함유한 해양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대 문일주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해양쓰레기는 염분을 제거하거나 플라스틱 등을 재처리 하는 과정에서 2차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 해변에 쉴새없이 밀려드는 바다쓰레기를 활용해 놀이문화로 만들어온 이색축제인 비치코밍(beachcombing) 페스티벌도 있다. 바다의 날을 기념해 지난달 26일 제주시 한림읍 금능으뜸원해변에서 열린 '바라던 바다' 축제다.
비치코밍은 바다 위를 떠돌다 해안선과 조류를 따라 해변에 표류하게 된 물건을 줍는 행위를 뜻한다. 재주도좋아 주최로 열린 행사는 단순한 해안 정화 활동을 넘어 쓰레기를 수거해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워크숍, 아트마켓 등이 꾸며졌다.
바다쓰레기를 활용한 워크숍에서는 해안가로 밀려든 쓰레기를 직접 주운 뒤 나무 물고기, 바다생물, 들꽃화관, 바다유리 액자, 스탬프 손수건 등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벤트에 참가하려면 입장료 대신 주최측에서 나눠 준 쓰레기 봉투에 해양쓰레기를 채워와야 한다. 축제에 참가한 이령경(25·여·서울시 상봉동)씨는 “멀리서 볼 때는 해안가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직접 쓰레기를 주워보니 10여 분만에 한봉지가 가득 차 놀랐다”며 “쓰레기도 줍고, 축제도 즐기니 더 재미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축제에는 천근성 작가 등이 바다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 재질의 돌하르방 등 아트상품 전시·판매도 열렸다. 조원희 재주도좋아 팀원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상품으로 만들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을 추구한다”며 “쓸모없는 것에 정성을 더하면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멋진 제품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