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한 여성 정치인이 “월드컵 기간 유색인종 외국인 남성과 성관계 갖지 말라”고 경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인 러시아공산당(KPRF) 소속의 7선 의원으로 하원 가족ㆍ여성ㆍ아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타마라 플레트뇨바 의원이 13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방송 ‘고보리트 모스크바’(Speaks Moscow)에 출연해 이같은 발언을 내뱉었다.
플레트뇨바 의원은 차별을 받는 혼혈아를 가진 미혼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색인종 외국인) 남자를 만난 소녀들은 아이를 출산할 것이고, 그들은 결혼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며 “결혼 없이 아이들이 태어나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겪었던 것처럼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러시아에는 피임이 보편적이지 않아, 러시아 여성들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출신 남성 사이에 많은 혼혈아가 태어났다. 이들은 흔히 ‘올림픽 아이들’이라고 불리는데, 이러한 아이들의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인종 차별에 직면해야 했다.
플레트뇨바 의원은 “우리는 우리 애를 낳아야 한다. 알다시피 혼혈 아이들은 고통을 받으며 옛소련 시절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인종(백인)이면 그나마 낫지만 다른 인종이면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록 난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분명히 아이들이 고통받는 걸 알고 있다”며 “(외국인 남성이)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면 그들은 엄마와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플레트뇨바 의원은 “러시아 내에서 사랑으로 결혼하길 바란다”면서 “민족은 중요하지 않지만 러시아 국적 사람들이 훌륭한 가정을 이루고 다정하게 살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크렘린궁까지 논평을 내놓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 “러시아 여성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분별할 것이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여성들이다”면서 플레트뇨바 의원의 발언을 간접 비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