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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수은 전쟁' 5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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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뒷전, 미국은 후끈=미국은 2004년 한국에 "중국의 수은 오염을 함께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1차 피해자인 주변국들을 동원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거절했다. 중국과의 무역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수은이 한반도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현재 백령도에는 '대기 종합측정센터'가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 수은 오염 실태를 조사할 기계를 설치할지조차 결정이 안 됐다.

중국의 수은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12일 스티븐 존슨 미국 환경보호국 국장은 "수은으로 인한 대기 오염에는 국경이 없다"며 "중국이 배출한 수은이 미국 연안에서도 검출된다"고 비난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데도 환경 문제로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중국 환경보호총국은 "지구 대기층의 오염물질이 어느 나라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아느냐. 미국 내 화력발전소에서도 수은이 나온다"며 맞섰다.

◆ "환경이 안보라는데…"=21세기 국제정치에서 환경이 새로운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환경안보(Environmental Security)'다. 지구 온난화, 세계적인 기상이변, 오염물질 증가, 대륙을 넘나드는 바이러스의 이동 등으로 인해 환경이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환경안보 대처 능력에 대해선 비판이 적지 않다. 박영우 지속가능경영원장(전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경제 분야 현안에 밀려 중국과 환경 이슈를 본격 논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변창구 교수도 "주변국의 환경파괴, 국가 이기주의로부터 우리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지구촌 곳곳이 난리다=이집트 카이로의 천연자원연구소는 지난해 환경재앙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환경난민'의 수를 3000만 명으로 추산했다. 데이비드 앤더슨 캐나다 환경장관은 2004년 2월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 수억 명이 집과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보흘라섬은 1965년 면적이 6400㎢였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침식작용으로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다. 현지 환경단체인 코스트 트러스트는 "50만 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사막화로 인해 고향을 떠난 인구는 1억3500만 명이다. 미국의 지구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100만 명이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로 숨진다. 조류 인플루엔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새로운 전염병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 "한국은 세계의 공장 옆에 살고 있다"=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이웃나라로 두고 있는 한국의 환경안보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공장 굴뚝 밑에 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대기오염.해양오염을 피해야 할 뿐 아니라 에너지.식량을 놓고 중국과 경쟁해야 할 형편"이라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추장민 박사는 "상대 측의 오염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한 뒤 개선을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 환경난민=환경파괴로 자신이 살아온 곳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집과 토지가 바닷물에 잠기거나, 사막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댐 건설 등으로 고향을 버려야 하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전 세계에는 3000만 명의 환경난민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는 2050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난민이 1억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너희 나라 때문에 … " 지구촌 환경분쟁 몸살

세계 각국은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한다. 그 결과 외교적인 마찰이 생기고, 심하면 전쟁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 기후 변화 협약=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지금까지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어온 선진국이 먼저 감축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미국은 "국내 경제 발전을 막는 감축 대신 기술 개발로 증가 속도를 줄이겠다"며 개도국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 의정서'가 발효됐지만 온실가스 세계 최대 배출국인 미국은 교토 의정서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 물 분쟁=메콩강 수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상류에 여러 개의 댐을 건설한 뒤 하류로 유입되는 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라오스.태국.베트남 등 인구 1억6800만 명을 가진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시리아(요르단강), 인도-파키스탄(인더스강)의 갈등도 모두 물 때문에 생긴 것이다.

◆ 쏟아지는 전자 폐기물=지난해 미국에서 폐기된 컴퓨터는 6300만 대가 넘는다. 이 가운데 80%가 중국.인도.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개도국에서는 이 컴퓨터를 해체해 금이나 백금을 뽑아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킨다. 각국의 환경단체에서는 "사용할 수도 없는 쓰레기를 중고 컴퓨터라고 속이고 수출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 산성비 갈등=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유럽 34개국은 1979년 '장거리 월경성(越境性) 대기오염 협약'을 맺고 아황산가스 배출 줄이기에 나섰다. 그 결과 90년대 후반부터 숲과 호수가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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