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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교육감 선거]재선 성공한 조희연·이재정, 더 막강해진 '교육 소통령'

중앙일보

입력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 재출마했던 현직 교육감 12명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서울의 조희연 교육감과 경기도의 이재정 교육감이 나란히 재신임을 받아, 그간 추진해 온 외고·자사고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 등 교육개혁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수도권에서 재선에 성공해 진보교육감의 맏형 역할을 맡게 된 조희연·이재정 교육감은 “앞으로 4년은 기존의 정책을 안정감 있게 지속하면서 ‘혁신교육’을 완성하겠다”면서 “중앙정부가 권한을 이양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후보가 부인 김의숙 씨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후보가 부인 김의숙 씨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후보는 서울교육청(서울 종로구)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교육감 당선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2014년에 이어 올해도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은 혁신 교육을 차질없이 완성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4년은 지자체·국회·중앙정부와 협력을 통해 지난 임기보다 더 과감한 개혁을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도 “지자체·정부와 함께 무상교육 확대, 학교 체육관 건립 등을 추진해 경기도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완성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두 번째 임기에는 교육개혁 완성을 이해 국가교육회의·교육부·국회를 향해서도 “할 말은 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외고·자사고 폐지와 관련해 아직까지 교육감에게는 이들 학교에 대한 평가권밖에 없다”면서 “중앙정부가 이들 학교를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을 교육청에 이양해준다면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선행학습금지법과 관련해 학교 수업에서는 선행학습이 불가능하지만 학원에서는 허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내가 변화의 촉진자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6·13 경기도교육감에서 재선에 도전한 이재정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자 13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 차려진 선거 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다. [뉴스1]

6·13 경기도교육감에서 재선에 도전한 이재정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자 13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 차려진 선거 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다. [뉴스1]

이전 임기보다 과감한 행보를 예고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신경쓰겠다”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교육계 일각에서 “재선·진보교육감들이 지난 임기 동안 ‘진영 논리에 치우친 편향된 교육’으로 학교 현장에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을 일으켜 온 건 측면이 있다”면서 “재선 성공과 교육부 권한 이양으로 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 이들이 지난 임기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 행정을 운영하면 학생·학부모에게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서다.

실제로 조희연·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나란히 당선돼 당시 박근혜 정부와 국정교과서·누리과정·학생인권조례·혁신학교 등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의 모임인 시도교육감협의회 역시 이들을 중심으로 교육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충돌을 빚어왔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조윤미(48·서울 동작구)씨는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자거나 지나친 경쟁을 완화하자는 진보 교육감들의 공약에는 공감하지만, 외고·자사고 폐지 때 학부모들의 거리 시위를 보면서 이들의 정책이 너무 밀어붙이기 식이라 혼란을 자초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역 자율사립고 학부모들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장진영 기자

서울지역 자율사립고 학부모들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장진영 기자

이런 우려에 대해 조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저를 선택하지 않으신 시민들도 많은데, 아마도 혁신을 추진하되 제도 전환에 따른 고통과 혼란을 고려해달라는 목소리였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임기에는 혁신의 방향성은 유지하겠으나, 좀더 긴 호흡으로 국민적 합의를 모으고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치며 안정감 있게 이끌어나가겠다”며 몸을 낮췄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의 김재철 대변인은 “재선 성공으로 더욱 막강해진 교육감의 권한에만 집중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다보면 자칫 ‘정책 널뛰기’로 이어져 학생들의 고통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재선 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높은 만큼, 이전 임기 때보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며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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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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