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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련의 에디트 피아프와 이브 몽탕의 ‘파리의 하늘 아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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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더,오래] 박완, 전세아의 시시콜콜 클래식(4)

센강. [사진 pxhere]

센강. [사진 pxhere]


파리의 맑은 하늘 아래 센강이 흐르고 태양은 눈부시게 강을 비춘다. 지나가는 연인은 달콤한 대화를 나누고 기분 좋은 바람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가슴속에서 누군가를 추억하는 노래 한 곡이 있다.

‘파리의 하늘 아래 음악이 흐르네
소년의 가슴속에도 오늘 노래 한 곡이 태어났네
파리 하늘 아래 연인들이 걸어가네
그들은 노래 위에 행복을 짓네’

샹송 ‘파리의 하늘 아래(Sous le ciel de Paris)’의 노래 가사다. 샹송은 프랑스의 대중음악으로 서민의 노래를 칭하는 단어다. 프랑스에서는 샹송을 부르는 이들을 음유시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음유시인은 고대 혹은 중세 유럽에서 시와 노래를 짓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1951년 영화 ‘파리의 하늘 아래 센강은 흐른다’ 주제가  

샹송 ‘파리의 하늘 아래’는 1951년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영화 ‘파리의 하늘 아래 센강은 흐른다’의 주제가로 장 드레작(Jean Drejac)이 작사하고 위베르 지로(Hubert Giraud)가 작곡했다. 극 중에선 장 브루토니엘이 아코디언을 켜며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은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가사 말로 많은 가수에게 사랑받는 노래다. 특유의 단선율로 구성돼 있으며 반주에 들리는 아코디언 연주는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철학적인 내용까지 품고 있다.

연인이었던 이브 몽탕(Yves Montand)과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는 프랑스의 대표 샹송 가수다.

이브 몽탕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시를 옆에서 읽어주는 느낌의 가사와 그의 저음이 마음에 평온함을 선물한다. 이브 몽탕은 가수이기도 하면서 배우, 투우사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브 몽탕(‘이브, 계단으로 올라와’란 뜻이다. 모친이 그를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본명은 이보 리비(Ivo Livi)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그의 누나가 하는 미용실에서 함께 일하지만 저녁에는 카페콩세(Café-concert: 노래할 수 있게 만든 다방같은 공간)에서 노래하며 살았다. 그때부터 예명인 이브 몽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브 몽탕과 에디트 피아프의 만남  

프랑스 샹송가수 이브 몽탕(왼쪽)과 에디트 피아프(오른쪽). [중앙포토]

프랑스 샹송가수 이브 몽탕(왼쪽)과 에디트 피아프(오른쪽). [중앙포토]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는 독일군을 피해 파리로 떠났다. 그는 서는 무대마다 환호를 받았고 물랭 루주에서 에디트 피아프를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첫눈에 반했고 그 후 피아프는 무명인 이브 몽탕에게 무대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씩 가르쳐줬다. 이 시기에 ‘루나 공원(Luna park)’ 등을 발표해 대성공을 거둔다.

에디트 피아프(작은 참새라는 뜻의 프랑스어)의 삶 또한, 연극처럼 화려하고 멋진 인생이면서 한 여자 그리고 인간으로서는 처절한 인생이라 하겠다. 거리의 가수 어머니와 곡예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와 떨어져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다가 친할머니한테로 옮겨가 창녀촌에서 자라게 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영양실조로 시력을 잃을 위기까지 처한다.

아버지와 재회한 뒤 아버지가 속한 유랑극단과 전국을 떠돌다 15세에 아버지와 헤어져 독립한다. 이후 기회가 생겨 무대에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고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하게 된다.

활동 중 이브 몽탕과 사랑에 빠져 함께 공연하며 살기도 했지만 정말 가슴 아픈 이별도 경험하게 된다. 화려한 무대와 멋진 곡들, 그러나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처절함의 연속이었다. 작은 새처럼 노래하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는 늘 사랑을 갈구하며 어미 새를 찾는 아기 새의 울음소리 같다.

수많은 샹송 곡이 있지만 ‘파리의 하늘 아래’는 강변을 따라 흐르는 파리의 역사와 골목골목 쓰라린 삶의 굴곡이 숨 쉬는 도시의 분위기, 사랑·고뇌·이별·인간 내면의 심리를 보여준다.

사라질 듯 애절한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

같은 노래이지만 에디트 피아프와 이브 몽탕의 음악은 사뭇 다르다. 가녀린 에디트 피아프의 떨림 있는 목소리와 토하는 듯 뱉어내는 간드러진 음색은 금방이라도 사라질듯한 애절함이 느껴진다. 반면 매우 편안한 중저음의 음성인 이브 몽탕의 음악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해 편안함을 준다.

음악만으로도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파리의 하늘 아래’는 파리 센강에 있는 착각을 불러오게 하는 곡이다. 아코디언의 선율은 파리 거리 악사의 자유로운 연주가 주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다른 가수의 서로 다른 느낌을 비교해서 듣는 재미도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파리에 비가 내리면 하늘이 매우 슬프다는 거라네
몹시 질투할 때에는 수많은 연인에게 우레 같은 천둥을 울린다네
그러나 파리는 언제까지나 흐리지 않다네
용서의 의미로 무지개를 드리우기도 한다네’

봄의 끝자락에 헤어진 연인 두 명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파리 뒷골목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박완 뮤지컬 배우, 전세아 크로스오버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로듀서 cultureqo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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