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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국당 대표 사퇴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퇴 이후 보수 야권 당 지도부의 두 번째 사퇴다.

홍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당원 동지 여러분, 그동안 참으로 수고하셨다"며 "오늘부로 당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디 한 마음으로 단합하셔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 감사하다"고 당부했다.

짧은 발표를 마친 홍 대표는 90도로 인사한 후 자리를 떠났다.

인재영입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총지휘하며 광역단체장 6곳 수성을 자신했던 홍 대표 사퇴는 불가피한 것으로 예측됐다. 대구·경북(TK)만을 지키며 사실상 ‘TK 정당’으로 당의 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수정당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가시지 않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 속에 시작한 불리한 선거였으나 ‘막말’ ‘사천’ 논란에 휩싸이며 당내 분란을 자초한 홍 대표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유 공동대표 역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고,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마저 야권 전반에 등을 돌린 결과가 나오자 보수 야권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이나 한국당 모두 정당 해산 수준의 살을 깎는 대변혁 없이는 보수진영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15일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오찬 회동을 갖고 당 지도체제의 비대위 전환 여부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비롯한 당 수습책에 대해 논의를 할 전망이다.

한국당 역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일단 대표권한대행으로 비상체제를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새 리더십 구축, 한국당의 전면적 대쇄신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해체한 뒤 당 대 당 통합은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유 공동대표가 “폐허 위에서 제대로 집을 짓기 위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고, 한국당 역시 대대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한국당 틀을 유지한 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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