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궤멸적 참패 … 수도권·PK 통째로 다 내준 건 처음
6·13 지방선거는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도 전면 교체시켰다. 보수의 본산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TK 지역당’으로 몰락했다.
2014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의 당선 분포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8 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9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치른 선거임에도 결과는 팽팽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영남을 석권했고 수도권에서도 경기·인천을 따내며 선전했다.
광역단체장도 권력 교체 #한국당, 사실상 ‘TK 지역당’ 몰락 #민주, 안희정 악재 딛고 충청권 석권
반면 이번 한국당 완패의 시발점은 낙동강 전선으로 분류되던 이른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이탈이었다. 1995년 민선 지방선거가 도입된 이후 23년간 민주당 계열이 한 번도 입성하지 못한 민주당은 14일 오전 0시45분 현재 세 지역 전체 승리가 확실하다. 한국당 계열이 아닌 후보가 이 지역에 당선된 것은 2010년 김두관 후보가 유일했다. 당시에도 김 후보는 무소속 후보로 당선됐다.
4년 만의 리턴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민주당 오거돈 후보와 한국당 서병수 후보의 부산시장 대결은 오 후보의 압승이었다. 오 후보가 이날 오전 0시45분 현재 54.2%의 득표율로 서 후보(38.3%)를 15.9%포인트 차로 누르며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오 후보로선 시장 도전 4번째 만이며 4년 전 1.3%포인트 차의 분루를 딛고 얻어낸 승리였다.
울산도 8전 9기의 민주당 송철호 후보의 승리가 예상된다. 오전 0시45분 현재 53.6%의 득표로 김기현 현 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 후보는 여태 시장 선거 2번, 국회의원 선거 6번 출마했지만 모두 낙마했다.
드루킹 사건 여파로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경남은 접전을 벌였지만, 개표 40%를 넘긴 이날 오전 0시 45분 현재 김경수 민주당 후보 49.8%, 김태호 한국당 후보 46.1%로 김경수 후보이 3.7% 포인트 앞서며 당선이 유력해졌다. 4년 전 김경수 후보는 36.1%의 득표율로 당시 홍준표 후보(58.6%)에게 패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홍준표 후보는 경남에서 문재인 후보를 0.5%포인트 앞섰다. 이 같은 경향을 토대로 홍 대표는 “다른 곳은 몰라도 경남만큼은 이길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이처럼 민주당이 부산·경남(PK)을 접수하면서 수십 년째 이어져 온 한국 정치의 동서 대결 구도가 결정적으로 와해되는 계기를 맞게 됐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도 민주당은 서울·경기·인천 세 곳을 모두 이겼다. 지금까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경기·인천에서 한국당 계열 정당이 한 곳도 이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에선 박원순 후보가 55.8%의 득표율로 첫 3선 서울시장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김문수 한국당 후보는 21.8%의 득표율에 머물렀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18.2%였다.
‘김부선 스캔들’로 선거 막판 뜨거웠던 경기에서도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오전 0시45분 현재 55.0%의 득표율로 남경필 한국당 후보(36.9%)를 18.1%포인트 차로 앞섰다. 인천도 박남춘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한국당 후보를 여유 있게 눌렀다.
4년 전에도 충청권을 석권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도 싹쓸이에 성공했다. 특히 격전지로 평가받던 충남에선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60.4%로 이인제 한국당 후보를 앞질렀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지사의 ‘미투 후폭풍’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중도 사퇴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있었지만 중원대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PK 지역 진출에 성공하면서 명실공히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최민우·김준영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