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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트럼프는 북한에 콘도 짓고 싶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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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박수련 산업부 기자

박수련 산업부 기자

“북한의 해변은 정말 아름답다. 거기에 콘도를 짓고 싶단 생각도 했다.”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 한·미 교역 등 여러 민감한 주제들을 잔뜩 쏟아냈지만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개인적 이해가 가장 솔직히 드러난 대목은 콘도 얘기였다. 어쩌면 그는 북한의 대도시나 동해안 절경에 ‘트럼프 타워’를 세우겠단 계획을 진작에 세웠을지 모른다.

외부 자본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북한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땅이 됐다. 4월 27일 남북 판문점 회담 이후 국내에서도 ‘남북경협주(株)’로 꼽히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북한에서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거나, 오랜 대북제재로 해운·항공 분야가 낙후돼 있으니 이쪽 분야가 유망하다는 분석도 흔히 볼 수 있다.

삼성증권은 13일 ‘한반도 CVIP(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번영)의 시대’라는 보고서도 냈다. 그런가하면 블룸버그 통신은 한 달 전 ‘인건비가 베트남보다 낮은 북한이 어쩌면 삼성의 새로운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모두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한 기대감의 방증이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문득 우리가 20세기의 개발 방식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민망하다고 할 정도로 북한의 철도는 느리다고 한다.

그러나 그 느린 물류 때문에 잘 보존돼 있을 북한의 자연환경과 천연자원은 21세기 북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북한이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전제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 방식으로 북한이 경제 개혁에 성공한다면 어떨까. 많이 생산하고 많이 버리는 20세기식 풍요는 결국 지구온난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숙제를 남긴 만큼, 이제 개발을 시작하는 북한마저 그 길을 따를 필요는 없다.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개발 모델도 ‘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번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보여준다면 어떨까. 70년 전 한국전쟁 후 폐허에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의 개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북한 천혜의 환경에 콘도와 리조트가 막무가내로 들어서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슬프다.

박수련 산업부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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