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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140 이상만 입학하는 캐나다 영재학교의 '유리' 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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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주호석의 이민스토리(16)

한국 학부모의 높은 자식 교육열을 반영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식을 보통 평범한 학교보다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공부하는 특수학교에 보내려는 열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소위 영재학교라 불리는 학교입니다.

특히 자기 자식이 남의 아이보다 머리도 좋고 공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치고 한 번쯤 자식의 영재학교 진학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나 영재학교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있는 학부모나 이민 와 사는 학부모나 다르지 않겠지요. 또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학부모들 가운데 이민 가면 자녀를 영재학교에 진학시킬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캐나다 유일의 조기 대학진학을 위한 영재학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2년 과정의 유니버시티 트랜지션 프로그램(University Transition Program).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2년 과정의 유니버시티 트랜지션 프로그램(University Transition Program).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2년 과정의 유니버시티 트랜지션 프로그램(University Transition Program)이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영재학교를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독특하다고 하는 것은 학생 선발 과정이나 교육과정 등이 일반 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영재학교들과도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에서도 유일한 조기 대학진학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한인 이민자 자녀들 몇 명이 이 학교를 거쳐서 갔고 제 딸도 10여년 전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 학교는 우선 학교 설립 및 운영 주체가 다른 영재학교들과 다릅니다. 이 학교는 공립 특수 영재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 British Columbia) 주립대학 UBC와 밴쿠버스쿨 보드(교육청), BC주 교육부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지난 1993년 설립됐습니다.

학생은 매년 20명을 정원으로 선발합니다. 그중 절반인 10명은 밴쿠버교육청 관내 초등학교(Elementary) 출신 학생 중에서 선발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타 지역 출신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합니다.

여기서 밴쿠버교육청 관내라고 하는 것은 메트로밴쿠버 중 ‘시티 오브 밴쿠버(City of Vancouver)’를 의미합니다. 기타 버나비, 코퀴틀람, 랭리 등 다른 시(City) 들은 제외됩니다. 캐나다 외의 다른 나라 출신 유학생에게도 지원할 수 있는 문호가 열려 있습니다.

유니버시티 트랜지션 프로그램(University Transition Program)을 이수하면 보통 아이들보다 3년이나 앞선 14~15세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중앙포토]

유니버시티 트랜지션 프로그램(University Transition Program)을 이수하면 보통 아이들보다 3년이나 앞선 14~15세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중앙포토]

캐나다의 학제는 대부분 초등학교 7년, 중·고등학교(Secondary) 5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학제에 따라 5년제 일반 세컨더리 스쿨을 다니면 17~18세에 대학에 입학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이 학교는 2년 만에 세컨더리 과정을 이수하기 때문에 빠르면 14~15세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들보다 3년이나 앞서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지요.

이 프로그램의 2년 과정을 문제없이 졸업하게 되면 UBC의 원하는 학과 진학이 보장됩니다. UBC 조기 진학을 전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UBC에 진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특징은 강사진 대부분이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사로 구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교사들은 분야별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것 외에 각종 스포츠와 댄스 등 여가 프로그램을 지도하기도 합니다.

학생 수가 적은 만큼 교사와 학생들 간의 유대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학습 진행 상황은 물론 학생 개인의 신상 문제 등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상담과 지도를 해줍니다.

이렇게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학생 선발 과정이 공정하며 투명하고 신중합니다. 부유층 또는 유명인사의 자녀라 해서 특혜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6개월 이상 각종 테스트를 거쳐 학생을 선발합니다.

선발 과정은 매년 10월에 열리는 공개 오리엔테이션 행사부터 시작됩니다. 오리엔테이션은 이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열리는 프로그램 안내 행사입니다.

IQ 140 이상만 응시 가능 

IQ가 140 이상이어야 지원가능하며, 영어와 수학시험을 통과한 학생이 시험결과를 가지고 개인별 인터뷰를 하게 된다. [사진 freepik]

IQ가 140 이상이어야 지원가능하며, 영어와 수학시험을 통과한 학생이 시험결과를 가지고 개인별 인터뷰를 하게 된다. [사진 freepik]

이 행사가 끝나면 지원자들로부터 응시원서를 받아 먼저 IQ 테스트를 합니다. 우선 영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IQ는 140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연말이 가기 전에 학과 시험을 치릅니다. 시험은 영어·수학 2과목을 치르는데 영어의 경우 독해·어휘·작문 등 여러 가지로 세분해 테스트합니다.

이 학과시험을 통과한 학생은 시험결과를 갖고 개인별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인터뷰를 통과한 학생은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중요한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가진 독특한 시험과정인 심리테스트입니다. 이 테스트는 심리학 교수가 학생 1명을 데리고 아침부터 온종일 진행합니다.

심리학 교수와 점심을 같이하고 함께 퍼즐 놀이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생이 과연 정신적·심리적으로 영재학습 프로그램을 무난히 이수할 수 있는지, 어린 나이에 대학에 진학할 경우 제대로 적응해나갈 수 있는지를 전문가가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신적 성숙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된 학생들은 2년 동안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학습방식은 거의 대학 수업방식과 비슷합니다.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캐나다 국내 또는 국제적으로 열리는 각종 수학, 과학 관련 경시대회에서 이 프로그램 학생들이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는 이유입니다. 학원 또는 과외 의존형인 한국식 공부방식으로는 절대로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과외 의존형 한국식 공부로는 적응 힘들어  

학생들은 또 각자의 관심 분야를 선택해 UBC 대학의 정규 수업시간에 대학생들과 함께 교수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이는 조기에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대학생활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UBC 캠퍼스 안에 있는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대학생과 동일하게 대학 도서관 등 캠퍼스의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거의 일반 대학생과 비슷한 학교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또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공부를 시키는 한편으로 학생들의 건강증진과 인성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다양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2년간 총 3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집니다.

아직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이 프로그램 출신들의 사회진출은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최연소로 변호사가 된 인물이 이 프로그램 출신이고, 미국의 유명 공과 대학에서 조기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아주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거나 구글 같은 회사에서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머리 좋고 능력 있는 한인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주호석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위원 genman2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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