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26세 집권해 통치, 재능있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2018.06.13 00:47

업데이트 2018.06.1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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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미 정상회담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말은 많았으나 알맹이가 없었다. 비핵화의 대략적인 시한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도 없었다. 반대로 문제가 될 내용들은 적지 않았다.

회담 알맹이 없단 비판 의식한 듯
“우리가 포기한 건 아무것도 없어”

협상 합의문을 ‘계약서’로 표현
회견 전 ‘역사 진보’ 한국어 동영상
북·미 정상 결단 홍보용 이벤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이 “방어적 훈련”이라 해 왔던 한·미 동맹의 상징인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그쪽(북한) 입장에선 도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또다시 이의를 제기했다.

12일 오후 4시(현지시간)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이다.

기자회견 전 이번 협상을 이끈 성 김 필리핀 주재 미 대사는 본지와 따로 만났다. 그는 “당초 기대했던 CVID가 안 들어가고 4·27 판문점 선언에서 진전된 게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상 간에 할 수 있는 협상의 결과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 네고(negotiation)라는 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직답을 피하기 위해 에둘러 말한 외교적 답변이다. 그는 또 “북한의 버티기에 당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곤혹스러워하며 말을 아꼈다. 다만 “좋은(good) 회담이었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a lot of works to do)”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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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견장 주변에서는 “3개의 포괄적인 문서에 사인했다”는 백악관 풀 기자의 연락 e메일 때문에 “공동 합의문 외에 또 다른 부속 합의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공동성명 1개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은 마치 전당대회장의 개막과 같은 이벤트로 시작했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5분가량의 비디오가 전방에 마련된 두 개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왔다. 처음은 한국어 버전, 그다음이 영어 버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 결단을 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잘 짜인 영상물이었다. 마치 기업 홍보용 비디오와 같았다. “역사는 대대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는 항상 진화한다. 소수의 사람만이 역사를 위해 노력한다.(중략) 문제는 선택이다. 바로 이 순간 세계는 지켜볼 것”이란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이어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것을 즐기는 듯 신나게 자신의 성과를 자랑해 나갔다. 다만 합의문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대통령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얻은 것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린 지난 24시간 동안 거의 잠도 자지 않고 계속 협상을 했다”며 “우리가 포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마도 날 싫어하는 사람만이 내가 별로 얻은 것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그는 부동산 사업가의 기질을 보여 주듯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이야기하면서 ‘계약서(contract)’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4개항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4개항

김 위원장은 가족을 죽이기도 하고 주민들을 굶주리게 한 인물이다. 그런데 편안하게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다. 그 나이 치고는 1만 명 중 한 명만 해낼 수 있는 일을 했다. 재능 있는 사람으로 26세의 나이에 이런 상황(북한)을 물려받았고 나름대로 통치했다. 강력하게 통치를 해야 했다. 하지만 원래 인간성에 대해선 난 잘 모르겠지만 일단 26세짜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하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이 없었다면 이런 일(북한과의 협상)이 없었을 것이다. 아주 잔인하고 비극적이었지만 그 일 때문에 이러한 대화 노력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공동성명 내용이) 혼란스럽다. 미국이 양보를 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공동성명을 보면 쉽게 설명이 된다.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되어 있고 또한 안전보장을 이야기하고 있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확인한다는 내용이 있다.”
김 위원장과 북핵 검증 방법에 대해 논의했나. 국제기구 검증 과정을 얘기했나.
“논의했다. 물론 검증도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 어떤 말을 했나.
“김 위원장은 ‘이렇게까지 멀리 와 본 적이 없다. 자신감을 얻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했다. 어쨌든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하는 것에 관심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인권과 관련된 논의를 했나.
“그렇다. 앞으로 더 많이 논의할 것이다. 전사자 유해 송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평양에 언제 방문할 것인가.
“언젠가 갈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갈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을 적절한 시기에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다. 김 위원장도 초대를 하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긴 하다. 사실 오늘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서명한 이후에 이루어진 얘기가 많다.”
어제(11일) 폼페이오 장관은 “이전 대통령들도 이런 종이에 서명한 적 있었지만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뭐가 다른가.
“행정부가 다르다. 대통령도 국무장관도 다른 사람이다. 이전 사람들에게 이것이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제대로 (일 처리도)하지 못했다.”
외교관계 수립은 언제 될 것 같나.
“조만간 수립되길 바라지만 앞으로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다음 단계는.
“당장 다음주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NSC 보좌관이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검토할 것이다.” 

싱가포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특별취재팀
김현기·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예영준·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정용수·이철재·전수진·유지혜·박유미·윤성민 기자, 강민석 논설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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