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초 악수, 최대한 정중했지만 서로 안 밀리려는 인상

중앙일보

입력 2018.06.13 00:31

업데이트 2018.06.13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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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업무오찬 후 통역 없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산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업무오찬 후 통역 없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산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회담장 입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먼저 나타났다. 오전 8시53분 김정은이 차량에서 내려 대기실로 들어갔다.

김정은, 인민복 입고 먼저 등장
트럼프표 ‘손 꽉 잡는 악수’는 안해
팔 톡톡, 등 다독이며 친근함 표시

트럼프 “북한과 훌륭한 관계될 것”
김정은 “모든 것 이겨내고 왔다”

인민복 차림이었고, 왼손에는 검은색 서류철, 오른손에는 안경을 벗어들고 좌우를 살피면서 걸었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기다리다 김정은을 맞았다. 김정은은 가볍게 목례했지만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김정은의 뒤를 따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들어갔다.

6분 뒤 오전 8시59분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도착하면서 회담장 주변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그의 정치 슬로건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는 재킷을 살짝 여미면서 전용차인 ‘비스트’에서 내렸다. 트럼프의 얼굴에서도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정상 모두 긴장한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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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두 정상은 회담장 입구의 레드카펫에 서서 악수를 교환했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 간 만남이자 대면 인사였다. 두 정상은 팔을 곧바로 뻗은 채 손을 잡았다.

역사적인 첫 악수는 12초간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강한 악수’를 통해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선 이를 보이지 않았다. 종종 선보이던 상대방 손을 잡고 흔드는 동작도 하지 않았다. 대신 왼손으로 김 위원장의 팔을 가볍게 치는 등 친근한 제스처를 보였다. 이번 회담의 비중을 감안, 최대한 신중하고 정중하게 김 위원장을 대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듯했다. 두 정상은 오른손을 잡은 채 상대방의 기세에 눌리지 않겠다는 듯 눈싸움도 벌였다. 20㎝가량의 키 차이로 인해 트럼프의 시선은 아래로 향했고, 김정은은 트럼프를 향해 고개를 뻣뻣이 들고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영어로 말을 걸었지만 김정은은 대꾸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김정은의 표정이 좀 더 굳은 분위기였다. 두 정상은 언론에 공개된 악수 이벤트에서 최대한 정중하면서도 상대에게 밀리지 않는 인상을 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악수를 마친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10m가량 나란히 걸었다. 복도를 걸어가다 회담장 출입구를 헷갈려하는 김 위원장의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팔로 다독이며 방향을 알려 주기도 했다.

회담장에 들어와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정상은 모두발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손을 손가락으로 모은 채 다소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무한한 영광이다. 좋은 대화가 있을 것이다. 북한과 매우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쪽을 바라보지 않고 전방과 통역 쪽을 교대로 쳐다보면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행동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그랬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미소를 보이긴 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통역 외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하는 동안 양국 대표단은 밖에서 대기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수행원들이 나란히 서서 TV 화면을 지켜보는 사진을 올렸다.

미측에서는 존 켈리 비서실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측에선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이용호 외무상, 정복 차림의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 이수용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나란히 있는 사진이 없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싱가포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특별취재팀
김현기·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예영준·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정용수·이철재·전수진·유지혜·박유미·윤성민 기자, 강민석 논설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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