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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국주의 찬양한 일련정종 계열 법인 설립에 독립유공자유족회 취소 촉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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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불교 종파인 일련정종(日蓮正宗)  계열의 ‘한국불교 일련정종 구법신도회(이하 구법신도회)’에 대한 법인 허가 여부를 놓고 독립유공자 유족회를 비롯해 민족단체ㆍ종교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 일련정종 승려와 신자들이 종교행사를 갖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 일련정종 승려와 신자들이 종교행사를 갖고 있다. [중앙포토]

구법신도회는 2014년 7월 서울시로부터 종교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5개월 뒤에 서울시는 민족단체와 충돌이 우려되는 등 법인 설립의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법신도회에 대한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구법신도회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인 설립 이후 5개월간 사회적으로 공익을 해칠만한 행위를 한 게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승소했다. 2016년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에서는 공익침해를 이유로 법인허가 취소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어긋나기에 법인을 소멸시키는 게 타당하다는 판결이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독립유공자유지계승유족회는 “대법원에서 법인 설립 이후의 행위만 고려하고, 법인 설립 이전의 행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반역사적ㆍ반민족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는 27일 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이 열릴 예정이다.

일련정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태평양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미화하며 국내에서도 큰 지탄을 받았다. 1941년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하자 일련정종은 기관지 ‘월간 대일련’에 “미국에 선전포고를 발표하시어 감격하나이다. 제국은 충용무쌍 육해군이 있어 경탄할 전과를 거두었다. 본종 종도는 대전(大戰)에 필승을 기할 것을 훈유한다”며 “군인의 총알이 일발필중이 되라, 성전필승국위선양 거국기도회를 하라”며 군국주의 전쟁을 찬양했다.

그동안 일본 일련정종 승려들이 한국에 진출하기는 어려웠다. 종교비자 없이 관광비자로 입국해 종교 활동을 하는 건 위법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련정종 승려들이 사증 없이 입국했다가 외환관리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벌금형과 강제출국을 당하기도 했다. 구법신도회는 “우리는 일련정종의 교의만 따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련정종 역시 “구법신도회는 일련정종과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구법신도회에서 발간하는 일련신문(2018년 1월18일자)에는 법인 설립목적을 “일련정종 대업에 필요한 사원 건립을 위해 종교법인이 필요했고, 일본 본산(일련정종 본산)에 헌납하려고 설립하였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독립유공자유지계승유족회 김삼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일련정종의 전범 행적이 드러났다. 그러자 구법신도회는 일련정종의 전범 행위가 없었고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편들었다”며 “이러한 사실을 모두 숨긴 채 서울시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았다. 만약 구법신도회가 법인 허가를 받으면 일련정종 승려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일종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지하의 독립선열이 통탄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독립유공자 유족회와 민족단체 등은 구법신도회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대중 집회도 열 계획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일련종과 일련정종=일본의 일련정종과 일련종은 다르다. 니치렌이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아 창시한 교파가 일련종이다. 일련정종은 니치렌의 직제자인 닛코를 원류로 한다. 일련종은 일본에서 시작된 교단으로 서민에게 친근하고 생활 속 실천을 강조하는 교리를 바탕으로 한다. 불교임에도 석가모니 붓다를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기복신앙으로 변질될 위험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일련종은 니치렌 역시 부처로 숭배하지는 않는다. 반면 일련정종은 니치렌을 부처로 보고, 닛코를 불·법·승 삼보 중 승보로 본다. 이 때문에 일련종계 종파들로부터 파문을 당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련정종은 일본 군국주의를 옹호한 전력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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