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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종사, 술회사 상무…화려한 경력의 콜라텍 단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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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5)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홀 입구에 많은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다. 마치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은 파트너를 기다리거나 먼 데서 와 잠시 쉬는 경우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실내로 들어서니 이미 사람들 열기로 뜨겁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 ‘프리 패스’하는 사람도 있다. 매일 같이 오는 단골손님은 사장 권한으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간다.

매일 술을 팔아주니 입장료를 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가면 단돈 1000원이지만 특혜를 받았다는 우월감에 기분이 좋다고 자랑한다. 대단한 희열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단골은 입장료 1000원 면제

콜라텍 입장료는 1000원이지만, 매일 같이 오는 단골손님은 사장 권한으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프리 패스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콜라텍 입장료는 1000원이지만, 매일 같이 오는 단골손님은 사장 권한으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프리 패스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보관함 앞에 줄 서 있는 사람이 제법 많다. 플로어에 사람이 꽉 찼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춤을 출 공간이나 있을지 걱정스럽다. 마치 군인이 제식훈련 하듯 줄을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한겨울에는 난방하지 않아도 땀이 흐를 정도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서너 대 돌려도 에어컨 주변이면 몰라도 실내는 춤을 추기 힘들 만큼 덥다.

춤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주 중에는 2000명, 주말에는 3000명이 넘게 입장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전역에서 영등포로 모여든다. 영등포가 콜라텍의 메카여선지 춤을 추는 사람은 모두 ‘레츠고, 영등포’다.

춤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지상의 먹이를 날쌔게 채가듯 아주 빠른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비집고 들어가면 그 자리를 선점한 커플이 은근히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대부분은 더불어 같이 춤을 춰야 한다는 마음으로 끼어들기를 봐 주지만 가끔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면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바람에 도저히 춤을 출 수 없어 나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새로 들어온 커플을 밀어내는 방법은 공통점이 있다. 선점한 커플의 춤추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고 춤의 폭이 커지면서 좌우 상하로 이동을 크게 한다. 그때 끼어든 사람은 배짱도 있고 용기도 좋아야 확보한 자리를 유지하지, 인정에 밀려 눈치를 보다 보면 견디지 못하고 다른 자리로 밀려난다.

우리가 운전 중 끼어들기를 할 때 잽싸게 자동차 앞머리를 상대 차선에 밀어 넣는 것처럼 춤출 공간 확보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끼어든 후엔 처음에는 폭을 좁게 움직이다가 점점 공간을 넓혀 나가야 한다. 춤을 추기 위해 적어도 1m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을 확보할 때까지는 파트너와 블루스를 추면서 본격적으로 춤을 출 타이밍을 잡는 게 효과적이다

춤추는 사람들 틈에서 1m 공간 확보 경쟁

플로어에서 춤추는 모습. [사진 정하임]

플로어에서 춤추는 모습. [사진 정하임]

힘들게 공간을 확보한 후 사방을 둘러보니 사람 나무 속에 갇힌 상황이다. 안정되자 아는 얼굴들이 들어온다. 아는 얼굴이라야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른다. 그저 콜라텍에서 춤을 추다 본 얼굴이거나 화장실이나 식당에서 마주친 얼굴이다.

오늘은 아는 얼굴보다는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 많다. 그만큼 새로 온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다. 뒷모습이 낯익어 얼굴을 보니 철도청에서 정년을 맞았다는 아저씨다. 오늘도 파트너에게 어지간히 추근거린다. 이 아저씨는 파트너를 만들기 위해 무척 노력하는 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정년퇴직한 경찰 출신 70대 실버도 보이고, 15년 전 나와 같이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직장 동료도 보인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습은 그대로다. 70대 중반이 됐을 텐데 몸매 관리를 잘한 덕분인지 예전보다 더 젊어졌다. 10년 정도 연하로 보이는 남자와 파트너가 되어 항상 같이 춤을 춘다. 머리는 복고풍으로 머리 중앙에 주먹만 한 크기로 부풀려 올리고 무릎 닿는 짧은 스커트에 부츠를 신고 나비처럼 춤을 추고 있다.

젊은 시절 공군 조종사로 정년퇴직한 85세의 멋쟁이 할아버지도 있다. 이 할아버지는 음악 감각이 뛰어나 리듬 박자가 정확하다. 술도 하루에 소주 2병을 매일 안주 없이 마신다. 10년 연하의 파트너와 항상 같이 춘다.

에어컨 앞에서는 춤은 추지 않고 스킨십만 하는 커플이 보이고, 뒷자리에는 인천 송도에서 온 키 큰 실버도 눈에 띈다. 반백 머리에 어깨는 구부정하고 항상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남자 실버 곁에는 머리가 부스스한 파트너가 있다. 미장원을 했다는 이 파트너는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이 커플은 술뿐 아니라 음료수 한잔도 하지 않고 항상 느린 동작으로 춤만 춘다.

맥주회사 상무 출신은 춤보단 술  

젊은 시절 맥주회사 상무를 지냈다는 마음씨 착한 아저씨도 보인다. 이 아저씨는 78세로 술값을 항상 본인이 부담한다. 단정하게 양복을 입고 머리는 2대 8 가르마를 타고 춤보다는 홀에서 술을 마시는 애주가다. 양복 주머니에 호두와 아몬드 등 견과류를 챙겨 다니는 건강파다.

콜라텍 단골은 항상 얼굴을 볼 수 있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지만, 그저 얼굴을 안 다는 것에 친근감이 간다. 친구처럼 반갑다.

정하임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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