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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미 회담선 '로우키'…회담 배석 않고 오찬에만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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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업무 오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업무 오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2일 북ㆍ미 정상의 확대 정상회담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초 김여정을 놓곤 확대 정상회담에 배석자로 참석해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을 지키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확대회담장 테이블엔 김여정이 없었다. 확대회담장 테이블에 앉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맞은 편엔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김여정은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확대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이후인 업무 오찬에 모습을 드러냈다.

업무오찬에 북측에선 김여정 외에 김영철·이수용 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이 자리했다. 미국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켈리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배석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리센룽 총리의 면담에 동행하기 위해 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리센룽 총리의 면담에 동행하기 위해 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은 이날 김 위원장이 회담장소인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로우키'를 유지했다. 이날 오전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김여정은 함께 로비에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김여정도 회담장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했다. 김여정은 남북 및 북ㆍ중 정상회담에선 비서실장 격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엔 업무 오찬에만 나오며 존재감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앞서 10일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11일 밤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나들이에는 동행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심야 외출에 나섰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리수용 북한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등이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호텔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심야 외출에 나섰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리수용 북한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등이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호텔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4ㆍ27 남북 정상회담 때 김여정은 오빠를 밀착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앉는 의자를 끌어주거나 서명할 때 펜을 손수 준비하기도 했다. 회담에도 직접 배석했다. 당시 그의 카운터파트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8일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회담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여동생을 시 주석에게 인사시켰다. 당시 김여정은 시 주석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깍듯이 인사해 화제가 됐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이 4월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중앙포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이 4월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중앙포토]

김여정의 '로우키'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 및 체제보장 의제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 인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ㆍ미 확대회담에 배석한 인물은 이용호 외무상과 이수용ㆍ김영철 당 부위원장으로, 이번 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북한이 확대 회담 배석자로 대미 협상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골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용호 외무상은 북한내 대표적 미국통이다. 1990년대부터 핵 관련 회담에 참여해온 대미 전문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 회담 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ㆍ미 회담의 경우는 친족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공개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면 전근대적으로 비칠 수 있어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회담 전문가들이 배석해 의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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