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한단 심부름에 남들 눈치보는 어설픈 백수

중앙일보

입력 2018.06.12 07:01

업데이트 2018.06.21 17:59

[더,오래] 강인춘의 마눌님! 마눌님!(25)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여보~! 슈퍼에 뛰어가서 파 한 단만 사와요.

냉장고에 파가 떨어진 줄 몰랐네.”

에구, 에구~ 이넘의 마눌아!
그러기에 내가 뭐라 했어.
장 보러 마트에 갈 땐 살 물건을 쪽지에 적어 빼먹지 말고
하나하나 잘 챙겨서 사라고 했잖아.

아파트 후문 앞 슈퍼에서
파 한 단 달랑 사 들고 구시렁대면서 집으로 뛰어오는 내 모습을
103호 옆집 철이 엄마가 흘낏 봤다.
뭐라 흉봤을까?
착한 백수라고 했을까?
아니면 저렇게 늙으면 안 된다고 했을까?

파 한 단 사 들고 오면서
오만가지 생각으로 내 얼굴이 후끈 달았다.
백수는 철면피가 되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백수 노릇이 어설픈가 보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kangcho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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