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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대일로 활용법은 ‘삼성 열차’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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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삼성 열차’가 답이다”. 지난 5월 9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8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한·중 경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다이화이량(戴懷亮) 중국국제우호연락회 이사의 말이다. 그는 “2016년 1월 이후 중국 다롄에서 출발해 만저우리를 거쳐 러시아 카룰가까지 직행하는 ‘삼성 열차’가 60여 차례 이상 운행됐다”고 밝혔다. 중국에 ‘삼성’ 브랜드의 기차가 있다고? 청중들은 의아해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기차는 실제 운행되고 있다. 이는 일대일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반도 평화 무드로 부각되는 #동북아의 물류와 경제 통합 바람 #한·중·러 3N(新) 전략 만나는 곳에 #‘동북아 경제회랑’ 건설 나설 때 #압록강·두만강 하류가 핫 포인트 #일대일로+신경제지도 통합의 시작

5월 심포지엄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 이후 처음 열린 일대일로 관련 한·중 전문가 회의였다. 일대일로 협력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실행하자는 목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설립된 ‘한·중 일대일로 국제우호협회(이사장 유영래)’가 주최했다. 회의의 주제는 ‘한국형 일대일로 프로젝트 모색’. 그 사례로 ‘삼성 열차’가 거론된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성 열차’가 처음 다롄에서 출발한 건 2016년 1월 27일의 일이었다. 인천에서 배로 운송된 화물은 40ft 컨테이너 52개에 실려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 중국은 이 기차를 ‘산싱반리에(三星班列)’로 명명했다. ‘삼성 정기 열차’라는 뜻이다. 한국의 삼성 제품을 운송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은 개통 이후 지난해 7월까지 LCD 디스플레이, 냉장고, 전자부품 등 모두 2억 9100만 달러어치의 화물을 실어 날랐다고 전하고 있다.

물류 기간은 약 15일 가량 줄었다. 우리 화물이 만주횡단철도(TM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의 물류망을 타고 유럽으로 간 것이다. 다롄 당국은 2017년 4월 이 노선을 다롄-볼시노(러시아) 정기편으로 승격시켰고, 지금도 1주일에 두 번 운행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이 노선이 특히 우리의 시선을 끄는 건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6대 경제회랑 중 하나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동북 3성-몽골-극동 러시아를 관통하는 ‘중-몽-러 경제 회랑’이 바로 그것이다.

6대 경제 회랑에는 이밖에도 ▶중국대륙 횡단 철도(TCR)회랑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회랑 ▶중국-인도차이나 회랑 ▶중국-파키스탄 회랑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회랑 등이 포함된다.

중국 동북 3성과 극동 러시아, 그리고 한반도. 이곳은 3N(New, 新)이 만나는 곳이다. 우선 중국 동북 3성을 살펴보자. 이 지역 경제는 중국에서도 유독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랴오닝성의 경우 2016년 성장률이 -3.0%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현 정부가 2017년 ‘신(新)동북진흥전략’을 본격 추진한 이유다.

제13차 5개년 계획 기간(2016-2020) 내내 추진될 동북지역 발전 전략의 추동력이 바로 일대일로, 그중에서도 ‘중-몽-러 경제 회랑’이다.

러시아의 움직임도 살펴야 한다. 푸틴은 ‘신(新)동방정책’을 통해 연해주 등 극동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극동개발에는 중국의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국이 미덥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누군가 제삼자를 끌어들여 중국의 무분별한 잠식 의도를 제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게 바로 한국이 필요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의 지향점은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량 국가(linker state)’다. 유라시아를 전략적 협력 공간으로 설정하고, 한반도의 분절선을 넘어 대륙으로 뻗어가려는 의도다. 이를 위해 ‘H형’구조의 발전 청사진을 마련했다.

북한은 동북아 물류체계에서 일종의 ‘진공’ 상태로 남아있다. 남-북, 동-서로 이어지는 축의 원활한 물류에 커다란 저해 요인이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다. 북한의 ‘진공’이 해소된다면 남북한 철도는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물류는 언제나 비용이 낮고, 효율이 높은 곳으로 뚫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진공’이 해소된다면 우리가 추진하려는 ‘H형’ 신경제지도와 일대일로를 접합시킬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동북아 경제 회랑’ 구축이 해결 방안이다. 유라시아 동단(동북아)에 중국-한반도, 중국-러시아-한반도로 연결되는 ‘경제 회랑(Economic Corridor)’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일대일로의 중-몽-러 경제회랑이 한반도로 이어지는 과정이며,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북방으로 뻗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철도, 도로, 파이프라인, 광케이블 등을 포괄하는 경제 벨트, 회랑으로 가야 한다.

동북아경제 회랑은 2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교통 물류, 산업 통상, 농림 수산, 에너지 자원 등 분야별로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4의 협력 구도다. 우선 북·중 접경지역의 서쪽 끝인 압록강 유역에서는 중국의 랴오닝 경제 벨트와 북한의 황금평·위화도(신의주) 개발계획이 상호 정합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환황해 경제 벨트 계획을 결합함으로써 중국-한반도 경제회랑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북·중 접경지역의 동쪽 끝 북·중·러 접경지역인 두만강 유역에서는 중국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개발과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 개발, 북한의 나선지역 개발, 환동해 벨트계획 등 4개 발전 전략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중국-러시아-한반도 경제 회랑의 완성이다. 그림을 크게 그리고,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한·중 일대일로 국제우호협회’ 유영래 이사장은 “중국-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삼성 열차’ 노선은 아직은 미완성”이라고 말한다. 인천에서 다롄까지는 배로 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 동북 3성-몽골-러시아 지역에 일대일로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해가고 있는 지금, ‘삼성 열차 물류망’의 완성 여부는 오히려 우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우리가 나서서 북한의 ‘진공’을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반도 번영을 향한 적극적인 평화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동욱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석박사를 취득하고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동북아시대위원회 경제협력 전문위원을 거쳐, 현재는 동아대 중국일본학부 중국학전공 책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대일로연구포럼 대표, 포럼지식공감 대표로서 한반도 평화만들기와 유라시아실크로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원동욱 동아대 중국학전공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