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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 승자 누굴까?"…美·中·日 취재진에 물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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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취재진이 보는 ‘세기의 담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담판’을 각국 취재진은 어떻게 바라볼까.

싱가포르서 3국 기자 인터뷰…美 “비핵화, 징조만 보일 것” #中 “패자 나와선 안 돼, 전쟁 위기 현실 될 수도”

싱가포르 현지에서 취재 중인 미ㆍ중ㆍ일 3국 기자를 북ㆍ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인터뷰했다.

 우선 회담 결과에 대해선 기대감이 엇갈렸다. 일본과 중국에선 비핵화에 대한 결과물이 도출될 것으로 봤다.

일본 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전 서울지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확실히 선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합의문) 문구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들어갈지, 단계적인 비핵화가 들어갈지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이 합의문에 들어갈 수 있다면 큰 성공”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훠웨이웨이 홍콩 봉황TV 기자는 비핵화가 북핵 문제의 ‘초보적 출구’라면서 회담 결과와 관련 “기본적인 기대는 비핵화”라고 말했다. 다만 북핵 문제가 워낙 복잡한 만큼 이번 회담에선 기본적 컨센서스(합의) 정도만 이루길 희망한다는 뜻도 덧붙였다.

그러나 스티브 허만 ‘미국의소리(VOA)’ 백악관 출입기자는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매우 낮추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생각엔 이번 회담은 상당히 짧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의 기대에 대해서도 “들려오는 희망섞인 전망들은 사실 너무 기대가 큰 것 같다”면서 “평화협정이 서명된다든지, CVID를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언질이 나온다든지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만 기자는 “물론 비핵화와 평화조약에 대한 대화의 징조는 보이겠지만 현실적 측면에서 이중 하나라도 구체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이란 표현을 최근 쓰지 않은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사사가세 전 국장은 “일본은 늘 미국과 함께 행동해왔는데, 최근엔 미국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이란 말을 쓰지 않고 있다. 일본과의 거리가 생긴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북한과) 우호적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그 용어를 더는 쓰고 있지는 않다”며 “회담 후에 만약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한다면 협상은 잘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 임한 목표와 관련, 중국 기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그가 “자신의 노선도에 따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훠 기자는 “김정은은 발표한 여러 조치를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다. 자신이 발표하고 실천하지 않은 게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국제 사회의 압박 등 외부적 요인을 받긴 했겠지만, 결국 미래 북한의 발전과 개혁 등에 관심이 있는 그가 머릿속 구상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비핵화도 준비가 돼 있을 거란 분석이다.

이번 회담의 승자는 누굴까. “에어포스원을 타고 캐나다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힌 허만 기자는 “북ㆍ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며 “두 정상이 모두 (회담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두 정상은) 승자”라고 진단했다. 사사가세 전 국장도 “역사상 첫 북ㆍ미회담을 연 것은 성과”라며 “양측 모두 승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훠 기자는 패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누군가 이기길 바라지 않지만, 패자가 있어도 안 된다. 패자가 나오면 한반도는 전쟁 근처로 갈 수 있고, 이 위기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다.

한편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10일 마리나베이 포뮬러원(F1) 경기장 건물에 문을 연 국제미디어센터에는 2500여 명의 기자가 등록했다. 매체는 “80%는 해외에서 온 취재진”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의 취재단일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김현기ㆍ예영준ㆍ전수진 특파원, 서울=황수연ㆍ조진형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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