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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돈 크레머와 연주할 때도 어려웠던 음악" 마이스키의 특별한 레슨

중앙일보

입력

12일 공연을 하루 앞두고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5중주을 연습하고 있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오른쪽 둘째)와 디토 앙상블. [사진 크레디아]

12일 공연을 하루 앞두고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5중주을 연습하고 있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오른쪽 둘째)와 디토 앙상블. [사진 크레디아]

“예전에 이 곡을 피아니스트 아쉬케나지, 비올리스트 카쉬카시안, 바이올리니스트 크레머와 로켄하우스 축제에서 연주 했었는데. 나머지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그때 연습 때 한번도 안 틀리고 한 적이 없었어요. 무대에서 연주를 해야하나에 대해 논쟁이 있었죠. 그때가 1982년이었나. 이게 그렇게 어려운 곡이에요.”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0)가 젊은 연주자들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해본 후 한 말이다. 마이스키는 라트비아 태생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등과 공연했으며 세계 주요 공연장과 음악 축제에서 30년 넘게 초청을 받고 있는 첼리스트다. 이날 그와 함께 공연 연습을 하는 연주자들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0),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34)과 유치엔 쳉(24),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29). 1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미샤 마이스키 & 디토’의 공연을 앞둔 연습 시간이었다. 음악감독인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2007년부터 여름마다 프로젝트팀으로 모이는 ‘디토’가 마이스키와 함께하는 특별 무대다.

5악장짜리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5중주는 각 악장마다 판이하게 다른 음악으로 돼 있다. 마이스키는 처음 만난 젊은 연주자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대신 자신의 경험담을 편안하게 풀어놨다. 2악장 푸가에서는 “바이올린이 너무 느리게 시작하면 안된다. 악보에서 느린 부분은 느리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원래 속도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지휘자 유진 오먼디가 늘 했던 말이다”라는 조언을 했다. 그의 말 속에는 지휘자 유진 오먼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와 마르타 아르헤리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처럼 20세기부터 음악계를 주도해온 연주자들의 이름이 들어있었다.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발견했던 지혜도 나눴다. “슈만이 제자들에게 동시대의 작곡가 쇼팽의 연습곡을 연주해줬더니 그들이 이해를 잘 못했다고 한다. 그때 슈만이 ‘현대적인 작품은 설명보다 연주로 보여주는 게 답이다’라며 연주를 해줬다고 한다. 우리도 다시 해보자.” 연습 현장에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이스키는 “농담을 너무 심하게 하면 나처럼 첫번째 부인과 헤어지게 된다”는 식의 격의없는 농담도 곁들였다. 마이스키는 16일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위해 내한했다가 디토와의 실내악 무대에도 동참했다. “한국에서 실내악 공연은 많이 하지 못했는데 젊은 실내악 그룹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반가웠다”고 했다.

‘디토’는 11년 된 실내악 페스티벌이지만 여름에만 만나서 연주하는 프로젝트성 그룹이다. 이들은 2년 전부터 세계적 거장과 함께 하는 무대를 페스티벌에 끼워넣고 있다. 첫 해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지난해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였다. 20~30대가 주를 이루는 젊은 연주자들은 이들과 한 무대에 서며 경험을 쌓는다. 리허설 후 만난 용재 오닐은 “단지 음악적 조언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연주하는 자체로 영감을 얻는다. 젊은 연주자들이 꿈꾸는 경지에 올라본 이들이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나누는 대화도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기돈 크레머는 부처처럼 영적인 충족을 해줬고 정경화는 강렬한 열정을 나눠준 멘토였다”고 덧붙였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은 “마이스키는 밝고 지혜로운 기운으로 음악을 이끌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샤 마이스키와 디토는 12일 쇼스타코비치를 비롯해 헨델의 트리오 소나타,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 등을 연주한다. 올해의 디토 페스티벌은 23일까지 계속된다. 16일 안산, 18일 광주, 20일 울산을 거쳐 2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바르토크, 쇼스타코비치, 브람스 등을 연주하는 마지막 공연을 올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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