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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차리려다 신변이상 생길라'...중국 전용기 택한 김정은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출발한 소식을 1면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출발한 소식을 1면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들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행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휘 아래 발행하는 매체들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떠나는 최고지도자가 그의 전용기인 '참매-1호'가 아닌 중국의 고위급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실리 앞세운 김정은식 리더십 드러내 #중국 국기 달린 항공기 그대로 노출 #"북중 관계 회복 과시 포석" 분석도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이날 “조미(북·미)수뇌상봉과 회담이 개최되는 싱가포르공화국을 방문하시기 위하여 10일 오전 중국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하시었다”며 “역사적인 첫 상봉과 회담이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공화국에서 진행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1면에 평양국제공항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용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및 김수길 북한군 총정치국장 등의 배웅을 받은 김 위원장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선명하게 그려진 항공기에 올라 손을 흔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창이공항 도착 소식을 전한 2면의 사진에도 '에어차이나(AIR CHINA)'라는 문구와 중국의 오성홍기가 새겨진 중국 전용기의 동체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노동신문 6월 11일자 2면의 사진에는 김정은이 내린 전용기에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와 에어차이나 표기가 또렷하게 보인다.[노동신문=연합뉴스]

노동신문 6월 11일자 2면의 사진에는 김정은이 내린 전용기에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와 에어차이나 표기가 또렷하게 보인다.[노동신문=연합뉴스]

강성국가 건설을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이룩해야 한다며 '자강력 제일주의'를 강조해온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자존심과 자주성을 훼손하는 장면일 수 있으나 실리를 강조하는 김정은의 리더십이 반영되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솔직한 리더십이 자존심이나 체면보다 안전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는 김 위원장이 덩샤오핑(鄧小平)식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의 실패를 곧바로 인정했으며, 2014년 5월에도 평양에서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시공책임자를 시켜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북·중 관계의 회복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회담을 앞두고 대내외에 북중 밀월관계를 과시하려는 것"이라면서 "비핵화나 평화체제 문제에서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새로운 북중관계를 열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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