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약 먹었더니 기억력도 좋아져···세계 첫 확인

중앙일보

입력 2018.06.11 15:23

업데이트 2018.06.11 18:31

조현병 치료제 아리피프라졸 사용에 따른 머릿속 도파민 수용체 변화. 왼쪽은 약물 사용 전, 오른쪽은 사용 후.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조현병 치료제 아리피프라졸 사용에 따른 머릿속 도파민 수용체 변화. 왼쪽은 약물 사용 전, 오른쪽은 사용 후.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조현병 치료제가 환각ㆍ환청 억제를 넘어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 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1일 조현병 치료용 약물인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공개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 아리피프라졸 효과 분석
투약 후 점차 과제 오답 줄고 반응 시간 단축
"조현병 환자 사회 적응 위한 맞춤 치료 마련"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은 두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하게 생성되면서 환각ㆍ환청을 경험하거나 기이한 행동을 보이고, 기억력 등 인지 기능도 떨어지는 정신질환이다. 기존에 쓰이던 치료제는 머릿속 뉴런의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해서 도파민 작용만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최근 널리 쓰이는 아리피프라졸은 환자의 도파민 분비 상태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도파민이 과잉 생산되면 이를 차단하지만, 도파민이 지나치게 적어지면 약물 스스로 도파민 역할까지 맡는다. 이에 따라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한 환자의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전반적인 치료의 결과로 환자 인지 기능이 함께 개선된 건지, 약이 직접 효과를 보인 건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를 명확히 구분해서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의태ㆍ권준수 교수팀은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리피프라졸 효과를 직접 확인하는 연구에 나섰다. 약물의 도파민 작용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선 첨단 뇌 영상 분석기술이 들어간 'PET' 검사를 활용했다. 환자가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한 후 2시간, 26시간, 74시간이 되는 시점에 머릿속 변화를 측정한 것이다. 또한 기억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일련의 숫자를 화면에 제시하고 한 턴 또는 두 턴 전에 나온 숫자를 기억해서 입력하는 'N-back' 테스트도 함께 진행했다.

조현병 치료제 아리피프라졸 사용에 따른 인지 기능 변화.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조현병 치료제 아리피프라졸 사용에 따른 인지 기능 변화.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분석 결과 약물이 머릿속에서 도파민 수용체와 결합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억력이 필요한 과제의 오답률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과제에 반응하는 평균 시간도 약효가 커질수록 짧아졌다. 약 효능이 발휘될수록 인지 기능이 필요한 과제를 더 빠르게, 틀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김의태 교수는 "그간 아리피프라졸의 효과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 약물이 조현병 환자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면서 "앞으로 환자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꼭 필요한 인지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맞춤 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중개정신의학’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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