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양의사 84%가 한약 처방, 양·한방 갈등은 한국 얘기

중앙일보

입력 2018.06.11 07:00

업데이트 2018.06.21 17:58

[더,오래] 김국진의 튼튼마디 백세인생(24)
몸이 아플 때 양방 병원에 가야할까 한의원에 가야할까? [중앙포토]

몸이 아플 때 양방 병원에 가야할까 한의원에 가야할까? [중앙포토]

나이 들수록 심신이 허약해져 병원 갈 일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양방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한의원으로 가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양방 의사는 서양의학을, 한의사는 한의학만을 옹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외국에서는 양·한방 진영 싸움을 일찌감치 끝내고 협진의 길을 모색하는 사례가 많은데 아직 한국에서는 양·한방 협진이 순조롭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양방과 한방은 각기 잘하는 분야가 있고, 협진하면 치료 효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한방 협진하면 치료 효과 높일 수 있어 

얼마 전 이웃 일본에서 양방 의사들이 한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와 소개할까 합니다. 일본한방생약제제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의 양방 의사 중 한약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는 8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협회는 지난해 8월부터 수개월에 걸쳐 전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조사를 해 684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아 그 결과를 공표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산부인과에서 치료에 한약을 처방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예컨대 갱년기부정수소(不定愁訴)증후군이나 갱년기 장애 등 서양의학으로는 치료하기 힘든 질환에 대해 한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갱년기부정수소증후군은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일종의 자율신경 실조증상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두통이나 머리가 무거운 느낌, 현기증, 흥분, 안면홍조, 불안·초조, 어깨 결림, 변비, 전신 권태, 생리불순 등입니다.

일본의 양방의사 중 한약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는 8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일본의 양방의사 중 한약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는 8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서양의학의 진단’이 47.8%로 가장 많았고, ‘서양의학 진단을 기본으로 한의학도 고려’라는 응답도 36.1%에 달했습니다. 일본의 의사들은 진단할 때에는 서양 의학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의학적 진단법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습니다.

치료에 있어서 한약에 대한 평가는 ‘일부 질환에 한약을 먼저 선택’이라는 응답이 52.7%로 가장 많았으며, 44.5%는 ‘어디까지나 서양의학의 보완’으로 한약을 처방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양약으로 효과가 없었던 일부 질병에서 한약이 유효했다’는 응답이 56.4%로 가장 많았고 ‘환자의 요청’이 44.3%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한약을 처방하는 질환 가운데 상위 5개 항목을 보면 ‘급성상기도(上氣道)염증’ 46.8%, 변비 37.3%, 다리 경련 36.4%, 부정수소·갱년기장애 35.6%, 피로·권태감 25.4%였습니다.

일본의 의사들이 한약을 처방하지 않는 이유도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결과를 보면 ‘한약의 사용 방법이 어렵다’고 응답한 사람이 44.2%로 가장 많았고, ‘한약의 증거(evidence)가 부족하다’가 39.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웃 나라의 조사이긴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한약의 증거 수집’과 ‘한의학의 현대의학적 해석’이 한국 한의학계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부속병원 외과팀, 수술 후 한약 처방 
고치대학에서는 외과 수술 후에 한약 대건중탕(大建中湯)을 처방하여 장폐색을 완화함으로써 환자의 입원 일수를 평균 3.5일 단축시켰다. [중앙포토]

고치대학에서는 외과 수술 후에 한약 대건중탕(大建中湯)을 처방하여 장폐색을 완화함으로써 환자의 입원 일수를 평균 3.5일 단축시켰다. [중앙포토]

일본에서는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외과 쪽에서도 양한방 협진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치(高知)대학 부속병원 외과팀은 연간 약 50건의 간 수술을 하고 있는데 수술 후에는 반드시 한약을 처방한다고 합니다.

최근 한약의 효과가 과학적으로도 입증돼 서양의학과의 협진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고치 대학에서 외과 수술 후 주로 처방하는 한약은 대건중탕(大建中湯)입니다. 수술 후에 나타나는 장폐색을 완화함으로써 입원 일수가 평균 3.5일 단축됐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튼튼마디한의원 일산점 최창록 원장

-동국대학교 한의과 대학졸업
-동해시 한의사 회장 역임
-강원도 한의사회 윤리이사 역임
-삼척MBC '라디오 한방' 진행
-2002년 정다운 의료재단 설립 및 정다운 의료재단 동해성지병원 운영

글=최창록 튼튼마디한의원 일산점 원장 hanwool01@ttjoint.com
정리=김국진 중앙일보 '더,오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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