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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실버 사회를 맞는 우유의 바람직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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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윤성식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윤성식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우유 한 컵에는 체내에서 합성이 불가능한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하여 칼슘, 단백질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영양소의 체내 흡수율이 뛰어나 다른 식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엔 우유가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의 예방·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우유가 이처럼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신생아의 급격한 감소,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커피·주스·탄산음료·두유 등의 다양한 대체식품의 개발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필자의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 성인들이 우유 마시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우유 섭취 후 소화불량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화불량 현상은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이라 불린다. 우유 섭취 후 유당은 소화되지 않고 대장으로 들어가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가 발생해 복부가 더부룩하거나 메스꺼움, 가벼운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우유 속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락타아제)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 유당(Lactose)은 우유의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 중 하나다. 100ml의 모유에는 7g, 우유에는 4.5g이 들어 있다. 유당에 함유된 갈락토스는 뇌와 신경의 발생을 도와주는 성분의 합성에 사용된다. 또 유당은 장내 균총 중에서 특별히 유익균의 서식을 도와주는 기능도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은 국민 건강을 위해 성인 및 실버 세대의 영양소 요구를 충족하는 맞춤형 유제품 개발도 선행돼야 한다. 최근에는 우유 음용을 불편해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성과의 하나가 유당분해우유라고 할 수 있다. 즉, 유당을 분해,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화 함으로서 유당불내증을 해결하고 우유 소비를 촉진하며, 소비자 생애주기별 영양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인은 대체로 30세 이후에는 뇌나 신경조직의 발생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므로 유당이 생리적으로 불필요하다. 최근에는 우유 속 유당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한외여과공법을 활용한 유당분해우유도 개발됐다. 우유에 함유된 각종 영양소가 유당만 제거한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은 식품영양학적 견지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유럽에서도 성인용 우유로 심지어 반려동물용 유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유당분해우유는 일반인에게 영양학적으로 훌륭한 식품일 뿐만 아니라 심한 유당불내증 때문에 우유 마시기를 꺼리는 사람, 크론병(Crohn’s disease)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대안이다.

윤성식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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