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자연치아 보존 의미 되새기며 효과적인 정책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지난 9일은 ‘구강보건의 날’이었다. ‘치아의 날’이라고도 불려왔는데 2016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면서 ‘구강보건의 날’로 명칭을 정했다. ‘치아의 날’로 불렸던 건 일반인에게 ‘치아’라는 입안 구조물이 구강 건강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기고] 서울대치과병원 치과보존과 손원준 교수

 필자는 치과 의사로서 치아를 연구하면 할수록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많은 사람이 치아를 단순히 저작 기능을 담당하는 단단한 구조물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단단한 조직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기능·특징이 각기 다른 치아 머리 부위의 법랑질과 상아질, 치아 뿌리 부위의 백악질로 구성돼 있다.

 특히 상아질 내부의 치수강은 연구가 많이 이뤄지는 조직이다. 2014년 봄, 유명 학술지 ‘네이처’에 치수강의 신비로운 기능에 관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치수강 내부에서 줄기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현상을 보고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하나의 신비한 줄기세포 공장’이라고 표현했다.

 치수강은 신경·혈관·림프관 등이 분포하는 독립된 인체 장기 중 하나로 분류된다. 아직까지 내부에 암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없을 만큼 신비로움을 간직한 독특한 기관이다. 이 치수강 내에 존재하는 대표 조직이 치아 신경이다. 이 부위에 염증이나 괴사가 있으면 치아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신경을 제거한다. 이것이 ‘신경 치료’다.

 ‘왜 조물주는 작은 치아에 복잡하고 다양한 감각·지각 기능을 부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아에서 전달하는 감각은 다양하다. 하지만 인체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 현재까지 규명된 사실은 그리 많지 않다.

 노인성 치매와 잔존 치아의 수가 관련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됐다. 이같이 치아를 상실하면 저작 기능을 잃을 뿐만 아니라 뇌 기능이 떨어질 위험도 커진다. 이를 예방하려면 구강 검진과 치과 치료를 적극 받아야 한다.

 치아를 모두 잃은 환자는 처음에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치아가 느끼는 고유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맛을 인지하려면 음식의 부드럽고 딱딱한 정도, 냉온 감각 등을 치아가 정교하게 탐지해 그 감각을 뇌신경으로 전달해야 한다.

 치아 보존은 구강과 전신 건강, 삶의 질을 위해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치아 신경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필자와 같은 연구자는 치아 신경의 보존과 치료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신경 치료와 관련된 국내 의료수가는 난이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시행할수록 손실이 늘어가는 구조다.

 특정 치과 분야의 진료에 대한 광고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보존 치료를 홍보하는 치과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서 말했듯 자연 치아를 보존하는 건 몸과 구강 관리에 있어 중요하다. 치과 의사에게도 일반인에게도 자연치아의 보존을 장려하는 실효성 있는 국가 구강 보건 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