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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사유에 '회사 불만'이라 말하면 십중팔구 채용 쓴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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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16) 

면접에서 지원동기를 묻는 이유는 현재 회사에서 왜 퇴사하려고 하는지, 왜 자신들의 회사에 오려고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중앙포토]

면접에서 지원동기를 묻는 이유는 현재 회사에서 왜 퇴사하려고 하는지, 왜 자신들의 회사에 오려고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중앙포토]

지금 만나는 애인이 별로라서 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남자1과 당신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사귀고 싶다고 얘기하는 남자2가 있다. 이 둘 중 당신은 누구에게 더 끌릴까?

채용은 종종 결혼에 비유된다. 그만큼 채용과 결혼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채용 면접, 즉 인터뷰는 맞선이나 소개팅과 비슷하다. 채용 후 수습 기간은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 기간에 비유되기도 한다. 또 후보자의 성향과 기업의 조직문화가 잘 맞아야 하는데, 이는 마치 결혼할 때 남녀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는 점과 유사하다.

만약 당신이 고용주라면 현재 직장이 별로라서 도피를 목적으로 입사하려는 지원자와 우리 회사가 너무 좋아 꼭 오고 싶다는 지원자 중 누구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줄 것인가?

지원동기는 면접에서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다. 또 지원동기엔 두 가지 궁금증을 담고 있다. 현재 회사에서 왜 퇴사하려고 하는지, 하고 많은 회사 가운데 왜 우리에게 오려고 하는 지가 그것이다.

채용담당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퇴사사유

최근의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기업들의 평판 조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조사에는 평판 조회를 통해 어떤 것을 알아보는지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 결과 26%가 전 직장의 퇴사사유를 묻는다고 답했다. 그만큼 진솔한 퇴사사유랑 지원동기는 채용담당자들이 궁금해하는 상위 순위권이다.

회사 규모 별 평판조회. [자료출처 잡코리아]

회사 규모 별 평판조회. [자료출처 잡코리아]

평판 조회를 통해 확인하려는 부분은 △업무 능력 검증이 응답률 58.9%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상사·동료와의 대인관계 및 조직 적응력 검증(43.7%) △이력서에 기재한 경력(성과) 사실 확인(34.4%) △인성·성격 등 신뢰감 확인(31.1%) △전 직장 퇴사사유(25.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이 평판조회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 [자료출처 잡코리아]

기업이 평판조회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 [자료출처 잡코리아]

퇴사사유는 여러 작은 상황의 조합인 경우가 많다. 야근이 너무 많아서, 소위 워라벨이 좋지 않아서, 혹은 상사와의 마찰 때문에, 원치 않는 업무를 맡아서,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현재 받는 보상이 불충분해서 등 나열하자면 족히 A4 한 페이지는 나올 것이다.

공식적인 퇴사사유의 1위는 ‘성장과 커리어 개발’을 위해서다. 진짜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사에게 더는 배울 게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을 못하는 진짜 퇴직사유인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가 힘들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거르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만 얘기하는 것은 성숙한 직장인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특히 오래 몸담은 조직의 문제를 외부에 들춰내면서 마치 본인의 퇴사가 전적으로 회사의 잘못인 양하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면접관의 시각에서는 그 지원자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져 보이고, 문제를 남 탓으로 회피하는 듯한 약간은 무책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 문제 해결의 탈출구로 퇴사해 버린다면 새로 시작하는 조직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면 떠나버리는 ‘이직병’ 이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첫째, 회사에 대한 불만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내가 이제까지 업무를 하면서 길러진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새로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샅샅이 찾아보는 거다. 이때 본인의 관점보다는 지원하는 회사 측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더욱 좋다.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최소한 양쪽이 서로 발전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다는 넓은 시야로 접근하자. 어느 한쪽에게만 득이 되는, 균형이 깨진 고용은 오래가지 못한다, 양쪽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적당한 밸런스가 잡혀야만 오래 유지된다.

회사와 내가 시너지를 낸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양쪽이 서로 발전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다는 넓은 시야로 접근하며, 나만이 그 포지션에 적임자임을 각인시켜보자. [사진 Freepik]

양쪽이 서로 발전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다는 넓은 시야로 접근하며, 나만이 그 포지션에 적임자임을 각인시켜보자. [사진 Freepik]

그렇게 회사의 시각으로 바라보려면 그 회사의 중장기 경영계획과 비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의 나아갈 방향성에 비춰 ‘나’만이 그 포지션에 적임자임을 각인시켜보자. 지원한 회사의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지향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회사에선 중간 관리자급 이상은 현재의 과업뿐만 아니라 미래도 잘 준비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대기업의 자산개발분야에 지원한 한 사람은 팀장이 아니지만, 팀장 대행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즉,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는 경우였다. 과중한 업무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회사에 대한 비전을 상실해 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그러한 내부적 불만은 쏙 빼두고 이렇게 지원동기를 밝혔다.

나는 OOO 회사에서 수년간 부동산개발업무를 해 오던 중 임대주택 분야가 앞으로는 큰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게 돼 최근 몇 년간 이쪽으로 전문성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몸담은 회사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비전을 높이 생각하지 않고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귀사는 이 분야에서 최고일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분야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의 이제까지 여러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서 XXX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면 저의 성장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회사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지원자가 회사 사업에 관심이 높아 적임자 같다는 느낌이 들게 됐을 것이다. 그 지원자는 적절한 보상과 함께 평소에 꿈꾸던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경력이나 학력은 꾸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원동기의 경우 이처럼 약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준비한다면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별로라서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면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직장도 마찬가지이다. 앞선 사례와 같이 내가 현재 회사에 지니고 있는 불만 사항을 부각하기보다는 이제까지의 전문성과 경험이 새로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점, 새로운 포지션이 나의 경력 관리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 그리고 그 회사의 가고 싶은 이유를 내세워 면접에 임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혜련 HiREBEST 대표 nancy@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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