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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놀이동산 간다” 미·일서 뜨는 시니어용 테마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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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9)

테마파크 하면 시니어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우리 주변의 테마파크는 아이들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놀이공원, 놀이동산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베이비부머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공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존 테마파크에 중장년층과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곳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니어를 위한 테마파크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니어 호기심 자극하는 미국의 ‘엡코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테마파크 엡코트(EPCOT).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장년층과 시니어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점이다. [사진 pixabay]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테마파크 엡코트(EPCOT).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장년층과 시니어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점이다. [사진 pixabay]

먼저 소개할 곳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테마파크다. 디즈니 월드의 4개 테마파크 중 하나인 ‘엡코트(EPCOT)’다. 1982년 10월 1일 개장한 이곳의 입장료는 97달러, 사이즈는 주요 놀이시설이 있는 매직 킹덤의 2배 규모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장년층과 시니어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점이다. 중장년층이나 시니어는 무섭고 빠르게 움직이는 놀이기구보다 편안히 새로운 것을 보고, 호기심을 자극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데 착안했다. 엡코트는 실험적인 미래모델사회(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라는 의미의 명칭 그대로 미래의 도시세계와 월드쇼케이스라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월드쇼케이스는 중장년층과 시니어가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멕시코, 노르웨이,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각국의 건축특징을 나타내는 건물에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그 나라의 특산물이나 요리를 판매한다.

엡코트는 휠체어나 보행기를 사용하는 시니어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면서 교육과 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엡코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커뮤니티인 트래블어드바이저(traveladvisor)에서 시니어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놀이 테마파크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올랜도 지역에 실버타운이 대거 조성되면서 부모를 찾아오는 자녀와 손자들도 테마파크의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다.

시니어의 추억 살리는 일본의 라멘박물관·요미우리랜드

일본 신요코하마에 위치한 라멘박물관.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라면거리는 1950년대 추억의 건물과 거리, 서민의 애환을 담은 신파조의 극장, 라면이 정착할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진 위키미디어 Calton]

일본 신요코하마에 위치한 라멘박물관.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라면거리는 1950년대 추억의 건물과 거리, 서민의 애환을 담은 신파조의 극장, 라면이 정착할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진 위키미디어 Calton]

이번에 살펴볼 곳은 추억을 테마로 한 공간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는 단카이세대(1946~1949년생)를 중심으로 복고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타고 1994년 신요코하마에서 시니어를 주요 고객으로 한 세계 최초의 푸드 테마파크인 라멘박물관이 개관했다.

라멘박물관은 지상 1층에는 라면갤러리, 지하 1층과 2층은 라면의 거리로 구성됐다. 라면 갤러리에서는 일본 라면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북쪽 홋카이도 라멘부터 남쪽 구마모토 라멘까지 일본 각 지역의 라면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라면거리다. 이곳은 1950년대 추억의 건물과 거리, 서민의 애환을 담은 신파조의 극장, 라면이 정착할 당시의 사회상과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 단카이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거리공연, 콘서트 등도 제공해 시니어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나아가 젊은 세대에게도 과거 일본을 떠올리며 라멘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이나기(Inagi), 도쿄(Tokyo), 가와사키(Kawasaki)에 위치한 요미우리랜드 또한 시니어의 공감을 얻는 놀이시설을 마련해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 봄 1억엔을 투자해 중장년과 시니어가 좋아하는 실내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 과정을 거친 단카이 세대의 추억과 경험을 다양한 놀이시설로 재탄생시켰다. 자동차 검수 놀이시설 등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시설들로 구성돼 단카이세대가 젊은 시절 일했던 산업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단카이 세대는 향수와 흥미를 느끼고, 청년층은 부모 세대와 공감할 수 있어 호응이 높다.

일본 최고 시니어 테마파크인 도쿄 디즈니랜드

일본 지바(千葉)현 우라야스(浦安)시 소재 도쿄디즈니랜드의 상징적인 이벤트 중 하나인 퍼레이드쇼. 디즈니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테마파크 안을 돌며 춤을 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일본 지바(千葉)현 우라야스(浦安)시 소재 도쿄디즈니랜드의 상징적인 이벤트 중 하나인 퍼레이드쇼. 디즈니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테마파크 안을 돌며 춤을 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마지막으로 살펴볼 곳은 일본 최고의 테마파크인 도쿄 디즈니랜드다. 고령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좋은 사례다. 일본의 도쿄 디즈니랜드도 시니어를 주력 고객으로 설정,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관련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2년 화제를 모은 광고가 있다. 반백 노인이 등장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도쿄 디즈니랜드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중년 이상 고령 인구의 관심을 끌어내는 효과를 보았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 티켓 할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60세 이상은 일반 어른보다 약 10% 할인된 가격에 디즈니랜드를 이용할 수 있고, 조부모·자녀·손주 3세대가 오면 할인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다.

또 휠체어나 보행기를 이용하는 시니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베리어프리(Barrier Free)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놀이시설과 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전동휠체어나 일반휠체어를 빌려주기도 하고, 디즈니랜드에서 산 제품을 시중보다 싼 비용으로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타깃을 어린이에서 시니어까지 확장한 도쿄 디즈니랜드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설립 30주년인 2013년 처음으로 연인원 3000만 명을 돌파했고,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방문객 증가율의 40%를 시니어층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방문객 증가율의 20%를 차지하는 40대, 16.6%를 차지하는 4~11세의 어린이보다 높은 수치다.

시니어·가족 아우르는 테마파크 건설 필요

최근 우리나라도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하고 소비력 있는 고령층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형 1955년생이 65세에 도달하게 되면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테마파크 형태의 공간을 조성해 시니어와 중장년층의 발길을 공략하고 있다.

1930년대 종로와 1980년대 명동 거리를 재현하고, 먹거리로 향수를 자극하는 푸드 테마파크 등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오늘 소개한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도 시니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테마파크를 연구해보면 어떨까.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jkim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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