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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교육 이슈] 백지에 생각채우는 '인문학 코딩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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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코딩은 점점 더 많은 곳에 쓰이게 될 것이다.

앞으로 코딩은 점점 더 많은 곳에 쓰이게 될 것이다.

언플러그드 놀이로 익히는 컴퓨팅 사고력
‘루비는 펭귄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마치 다른 나라 말처럼 이상했거든요. 펭귄한테 질문할 때는 자세하게 말해야 해요.’ 

핀란드에서 출간된 세계적인 코딩교육 베스트셀러 ‘헬로 루비’ 내용 중 일부다. 보석을 찾기 위해 펭귄에게 질문하려면 펭귄의 비밀언어를 익혀야 한다. 그 언어 구조가 컴퓨터 언어와 유사하다는 게 이 책의 설정이다. 보석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데이터 구조의 개념을 익힌다.  

컴퓨터 없이 컴퓨터의 생각법을 배우는언플러그드 놀이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전제조건은 인문학·독서토론능력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루비는 6살, 루비와 함께 컴퓨팅사고력을 익히는 데 컴퓨터가 필요 없다. 종이를 오리고 그림을 그리는 언플러그드(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없이 컴퓨팅사고력을 익히는 학습법) 방식이 대부분이다. 책 속 주인공 루비가 일주일간 입을 옷을 고르면서 패턴 인식법을 익히고 달걀에 크기가 다른 점을 그리는 놀이를 하면서 알고리즘의 원리를 익힌다.

저자 린다 리우카스는 『헬로 루비』 시리즈로 2014년 핀란드 아동문화상을 수상하고, 2015년 북유럽 여성기술인 50인에 선정됐다. 그는 2016년 한국에서 한 인터뷰에서 “언플러그드 교육으로 미리 알고리즘의 개념을 이해한 뒤 실제 컴퓨터로 플러그드 교육을 시행한다면 아이가 더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15년 10월에 테드(TEDxCERN)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즐거운 방법(A delightful way to teach kids about computers)’을 주제로 한 강연은 조회수 176만 회가 넘고 31개국 언어로 자막이 제공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코딩 말고, 아이들이 온몸으로 만지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새로운 컴퓨팅 사고력 교육을 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강연에서 “자동차와 식료품, 강아지 중 어떤 것이 컴퓨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요? 정답은 모두 다예요. 자동차엔 네비게이션이 들어있고, 식료품엔 도난방지장치가, 개의 목줄엔 컴퓨터 칩이 부착됐죠.”라며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모든 사물이 소프트웨어로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이것들의 바탕이 되는 컴퓨팅 사고를 익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컴퓨팅사고력을 키우는 전제조건은 인문학·독서토론능력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코딩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컴퓨팅 사고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컴퓨팅 사고란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보를 연결, 융합해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단순화해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컴퓨팅 사고가 뛰어난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서 불필요한 것을 걸러 내고 최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코딩 작업 자체가 컴퓨터에 가장 짧고 효율적인 명령(코딩)을 내리는 방법(알고리즘)을 고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컴퓨팅 사고는 미래인재의 요건 중 하나로 강조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컴퓨팅 사고가 뛰어난 대표적인 인재로 흔히 스티브 잡스를 꼽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다이애나 바이틀러는 “미래형 인재를 꿈꾼다면, 5C를 키우라.”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5C는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 컴퓨팅 사고력(Computional Thinking)이다.

이러한 컴퓨팅 사고를 익히는데 꼭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언플러그드 교육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입장이다. 컴퓨터에 어떤 행동을 명령하기 위한 수많은 절차와 방법(알고리즘) 중 어떤 과정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지 찾아내는 훈련은 꼭 온라인상일 필요가 없고, 사고력을 키우는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도 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빠와 함께 드론 만들기』 저자 김태년 교사(경기 동양초)는 초등학생의 컴퓨팅 사고력 향상을 위해서는 흥미를 끄는 언플러그드 활동과 함께 결국 독서와 토론, 논술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를 위해 재미있게 개발된 블록코딩을 넘어 이후에 정통 코딩을 익히려면 짧게는 1000 줄, 길게는 1만 줄에 걸친 코드와 그 안의 변수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 단계에서는 기계적인 컴퓨팅 기술보다 과제집중력, 글을 읽는 독서능력과 토론으로 다져진 생각하는 훈련으로 기른 심화 사고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백지에 생각 채우는 인문학 코딩수업

언플러그드 방식으로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 중 하나로 인문학 강좌를 함께 진행하는 코딩 교육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창의코딩영재교육개발원에 소속된 강원도 원주의 한 사설코딩교육업체는 초등 4학년으로 대상으로 한 주 2회 수업 중 1차시를 인문학 강좌, 2차시를 언플러그드 강좌를 한다. 컴퓨팅사고력 향상을 위한 인문학 코딩수업 강좌다.

1인당 컴퓨터 한 대가 제공되는 기자재를 갖추고 있지만 1차시 수업에서 아이들은 백지로 된 A4용지 한장만 받는다. 최신 시사와 인문학을 활용한 세계적인 문제점을 학습한 뒤, 백지에 이러한 문제점을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자유롭게 적어본다.

인문학 강좌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배경지식을 제공하고, 세상의 문제를 없앨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도구로 코딩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김은실(45) 대표는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기초 코딩 실력이 없는 상태라서 더 현실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인 컴퓨팅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면이 있다”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프로그래머들이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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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거시적인 목표를 위해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능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한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한 뒤 드론으로 인공강우를 만들어 황사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고, 황사의 성분을 알아내기 위해 상위학년에서 배우는 원소주기율표까지 찾아본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컴퓨팅 사고력 훈련으로 얻는 성과다. 김 대표는 “형식이 있는 활동지를 제공했을 때보다 백지를 제공했을 때 아이들은 훨씬 더 자신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정답이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아이들은 틀릴까봐 의견을 잘 내지 않아요. 하지만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답이 없다고 알려주는 순간 모두가 자신 있게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의욕을 가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딩을 배우죠.”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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