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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속 집행관 3160번 출장비 뻥튀기...18명이 1억원 '꿀꺽'

중앙일보

입력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오원석 기자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오원석 기자

법원 소속 집행관들이 2년여 동안 부당하게 여비를 청구해 약 1억원을 챙겨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 소속 집행관은 부동산가처분 집행 및 서류 송달 업무를 보는 이들로 여비와 관련한 비위행위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집행관들이 '갑질'을 통해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여비를 뻥튀기해 왔다는 내부자 주장 등을 바탕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동산가처분 집행 과정에서 집행 시 받는 출장비를 2회 청구하는 방식으로 총 3160회에 걸쳐 9322만원을 챙긴 서울 북부지방법원 소속 집행관 서모(58)씨와 집행 사무원 김모(47)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채권자가 부동산가처분 집행 신청을 하면 최초 1회는 채권자가 연기신청을 한 것처럼 꾸며 '부동산가처분 불능조서'를 작성한 혐의(공전자기록등위작)를 받는다. 1회 집행에 해당하는 금액 2만 9500원만 받아도 되는 일을 2회 집행을 시행한 것처럼 위장해 5만 9000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집행관들은 부동산가처분 집행 시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관행적으로 출장비를 더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부동산가처분 집행 효력은 법원의 부동산가처분 결정이 나온 뒤 14일 동안 유지된다. 이 기간 안에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개발 조합장이나 채권자들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집행관들은 채권자가 2회 집행 비용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고의로 집행 날짜를 뒤로 미뤄 집행 일자를 맞출 수 없도록 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한다.

경찰의 이번 수사는 내부자의 고발로 이뤄졌다. 지난 30여년 동안 법원에서 집행 사무관으로 근무한 A씨는 이날 경찰에 나와 "서울 5개 법원 집행관들이 똑같이 이러한 방식으로 부당하게 뒷돈을 챙기고 있다"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사법기관과의 결탁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지난해 1월 대검찰청에 관련 사안을 고발하고 같은 해 3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관'을 임명하도록 하는 집행관 임명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행관은 '집행관법',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주사보 이상 직급의 직원 중 퇴직 예정자를 지방법원장이 4년 단임제로 임명해 구성된다. 집행관들은 사무실도 법원 내에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법원 감사의 사각에 있었다는 게 경찰과 A씨의 설명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에서도 법원 소속 집행관들의 비위 사실과 관련해 지난 2월 27일 집행관법, 법원조직법 일부 법률개정안을 냈다. 법원이 집행관을 임명할 때 퇴직 공무원이 아닌 현직 법원 공무원으로 연수과정을 거친 인물을 임명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제 의원 의원실은 "집행관은 1년에 1억 7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법원과 결탁하는 등 사례가 발견됐다. 법원의 관리 감독 사각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18명을 다음 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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