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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포커스]첫 3선? 첫 여성?…경기 정치 1번지 수원 민심은

중앙일보

입력

인구 124만 대도시 수원시민의 민심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 전철 1호선 세류역. 열차가 도착하자 5~6명의 사람이 역 밖으로 나왔다. 평일 낮이긴 해도 앞뒤에 위치한 수원역, 병점역보다 현저하게 한산했다. 주변에 들어선 건물들도 대부분 5층 이하의 낡은 건물이다. 역 바로 옆에 군 공항이 있는 탓에 고도제한 등으로 개발이 제한돼서다. 비행기 소음도 심각하다.

수원시장 선거, 염태영(민)·정미경(한)·강경식(미) 대결 #3선 시장 도전 염 후보, 수원특례시, 시민 정부 등 약속 #첫 여성 시장 도전 정 후보, 경제·환경·복지 등 내세워 #교육전문가 강 후보, 시민안전팀 신설 등 공약

수원 군공항이 있는 세류역 일대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수원시장 후보들이 일제히 '군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떠올랐다. 최모란 기자

수원 군공항이 있는 세류역 일대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수원시장 후보들이 일제히 '군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떠올랐다. 최모란 기자

이에 수원시는 지속해서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2월 화성시 화옹지구가 이전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화성시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이전 지연에 대한 시민 불만도 높다. 세류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고근수(56)씨는 "시가 오래전부터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면서 땅값은 오를 대로 오르고 기대감도 커졌는데 언제 옮겨갈지 알 수 없어 주민들만 답답한 상황"이라며 "지역 경제를 잘 살릴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수원시장 후보들이 일제히 '군 공항 이전 조속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첫 3선 시장이냐, 첫 여성 시장이냐  

인구 124만명의 수원시는 경기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경기도청은 물론 교육청, 법원, 검찰청, 경찰청 등 중요 기관도 몰려있다.
 이번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에선 현 시장인 염태영(57) 후보가, 자유한국당에서는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미경(52)후보가 나왔다. 바른미래당에선 부대변인을 지낸 강경식(54)후보가 출마했다.

수원시장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후보, 자유한국당 정미경 후보, 바른미래당 강경식 후보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미경후보 블로그]

수원시장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후보, 자유한국당 정미경 후보, 바른미래당 강경식 후보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미경후보 블로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염 후보가 수원시 최초로 3선 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지역의 주요 관심사다. 수원에선 역대 시장들이 3선에 도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심재덕 전 시장은 무소속으로 민선 1·2기 시장을 지낸 뒤 3선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김용서 전 시장도 한나라당으로 3·4기 시장을 거쳐 3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검사 출신의 한국당 정 후보는 역대 수원시장 선거에 출마한 첫 여성 후보다. 최근까지 종편 프로그램의 패널로 활약했다. 수원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미래당 강 후보는 '교육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다.

보수-보수·진보-진보, 바뀌는 지역 정치성향

수원시는 1990년대만 해도 인구 60만~70만명의 도시였다. 하지만 광교신도시와 호매실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로 2000년부터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현재는 124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기초단체 가운데서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보수지역이었지만 신도심이 들어서면서 진보 성향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후 '팔달구 등 구도심은 보수, 영통구 등 신시가지는 진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지역이 됐다.

플라잉 수원 헬륨 기구에서 바라본 수원시 전경. [사진 수원시포토뱅크]

플라잉 수원 헬륨 기구에서 바라본 수원시 전경. [사진 수원시포토뱅크]

이런 변화는 역대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수원시장의 경우 민선 1~4기를 여·야 후보가 골고루 나눠 가졌다. 국회의원도 1996년, 2000년 치러진 15·16대 선거는 보수당이 유리했지만 2004년과 2008년 치러진 17·18대 선거는 진보·보수 정당이 번갈아 가며 승기를 잡았다.

인구수가 110만명을 돌파한 2010년 이후부터는 진보가 강세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선 염 후보가 민선 5·6기 수원시장이 됐고 2012년, 2016년 치러진 19·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진보 정당이 우세했다. 특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5곳의 지역구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뚜껑은 열어봐야?

수원시청 전경. [사진 수원시포토뱅크]

수원시청 전경. [사진 수원시포토뱅크]

지역 정가에선 이번 수원시장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염 후보가 민주당의 높은 지지도와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지만 한국당 정 후보도 만만치 않다. 정 후보는 수원지역 국회의원을 지내 지역 현안에 밝고 국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군 공항 이전사업에도 관여했다.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미래당 강 후보는 '군 공항 이전'을 대표 공약으로 걸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모두 "겨뤄볼 만한 지역"으로 수원을 꼽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전문가는 "수원이 경기도의 정치 1번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니 각 정당도 전략 공천을 한 게아니겠냐"며 "후보들이 모두 지역 현안에 밝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누가 더 업무추진력이 좋은지'를 따지는 유권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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