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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우리 모두의 생명이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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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한국에서 9년 동안 살다 보니 교통 법규와 관련해 독일과 다른 세 가지 인상적인 차이점을 종종 느끼곤 한다. 첫째, 많은 사람에게 자동차 뒷좌석에선 안전벨트를 안 매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에서 가끔 친구의 차를 타고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면 “왜 안전벨트를 매? 한국에서는 보통 뒤에선 안 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은 1984년 8월부터 모든 자리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의무다.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안 매는 이유를 보면 “답답하다”거나, 특히 시내에서 낮은 속도로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현실은 다르다. 독일 자동차 전문가에 따르면 시속 14㎞ 속도로 고정된 장애물과 부딪혔을 때 본인 체중의 8배의 힘이 발생해 팔힘으로만 맞설 수가 없다고 한다. 자동차 뒷좌석 안전벨트는 장식품이 아닌 우리 모두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다. 우리 아이들부터 안전벨트 매는 습관이 들었으면 한다.

비정상의 눈 6/7

비정상의 눈 6/7

둘째, 한국에선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응급처치를 안 배워도 된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선 법적으로 응급처치를 배웠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적십자사나 다른 기관에서 45분 기준으로 9시간의 당일 세미나에 참여해야 한다. 그 이유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다른 운전자의 생명을 살려야 할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셋째, 독일에선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는 교육을 시킨다. 그런데도 구급차의 30~40%가 다른 차량의 방해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독일에는 차선의 수와 상관없이 맨 왼쪽 1차선에 있는 차량은 왼쪽으로, 나머지의 차량은 오른쪽으로 비켜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0유로의 벌금을 물린다. 운전 중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듣는 바람에 구급차 소리를 듣지 못하고 길을 막게 되면 40유로의 벌금에 해당한다.

우리 모두의 더 안전하고 행복한 교통문화를 위해서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이 세 가지의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면 한다. 우리 모두의 생명이니까.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