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9년 동안 살다 보니 교통 법규와 관련해 독일과 다른 세 가지 인상적인 차이점을 종종 느끼곤 한다. 첫째, 많은 사람에게 자동차 뒷좌석에선 안전벨트를 안 매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에서 가끔 친구의 차를 타고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면 “왜 안전벨트를 매? 한국에서는 보통 뒤에선 안 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은 1984년 8월부터 모든 자리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의무다.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안 매는 이유를 보면 “답답하다”거나, 특히 시내에서 낮은 속도로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현실은 다르다. 독일 자동차 전문가에 따르면 시속 14㎞ 속도로 고정된 장애물과 부딪혔을 때 본인 체중의 8배의 힘이 발생해 팔힘으로만 맞설 수가 없다고 한다. 자동차 뒷좌석 안전벨트는 장식품이 아닌 우리 모두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다. 우리 아이들부터 안전벨트 매는 습관이 들었으면 한다.
둘째, 한국에선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응급처치를 안 배워도 된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선 법적으로 응급처치를 배웠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적십자사나 다른 기관에서 45분 기준으로 9시간의 당일 세미나에 참여해야 한다. 그 이유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다른 운전자의 생명을 살려야 할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셋째, 독일에선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는 교육을 시킨다. 그런데도 구급차의 30~40%가 다른 차량의 방해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독일에는 차선의 수와 상관없이 맨 왼쪽 1차선에 있는 차량은 왼쪽으로, 나머지의 차량은 오른쪽으로 비켜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0유로의 벌금을 물린다. 운전 중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듣는 바람에 구급차 소리를 듣지 못하고 길을 막게 되면 40유로의 벌금에 해당한다.
우리 모두의 더 안전하고 행복한 교통문화를 위해서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이 세 가지의 문화를 대중화시켰으면 한다. 우리 모두의 생명이니까.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