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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막는다는 골든아치 맥도날드 … 평양 들어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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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990년 1월 31일 맥도날드가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에 1호점을 열었다. 이날 하루 동안 시민 3만 명이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당시 USA투데이는 ’이 도시(모스크바)에 자본주의의 새로운 상징이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990년 1월 31일 맥도날드가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에 1호점을 열었다. 이날 하루 동안 시민 3만 명이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당시 USA투데이는 ’이 도시(모스크바)에 자본주의의 새로운 상징이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호의적 의사 표현의 일환으로 서구식 햄버거 프랜차이즈(맥도날드)를 들여올 수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서구문화의 상징 #과거 공산국가 몰락 시기 대거 진출 #러시아 첫 진출 땐 몇 시간씩 줄서 #때때론 반미 타깃 … 이슬람 불매운동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처럼 보도했다.

맥도날드의 평양 진출 가능성이 흘러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맥도날드의 새로운 시장 진출은 그간 미국의 세계화 전략 및 국가 이익과 맥락을 같이 했다. 미 정부와의 외교적 대립 해소되거나, 제재가 완화되면 맥도날드는 상대국에 점포를 열었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경험하는 첫 장소가 맥도날드 매장이 되는 것이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인은 WP와의 인터뷰에서 “개방을 시작한 공산주의 국가는 맥도날드 혹은 코카콜라를 통해 서구권 문화와 접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맥도날드는 탈냉전 이후 공산주의 국가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1983년 7778곳에 머물던 전세계 맥도날드 지점 숫자는 지난해 3만7241곳으로 껑충 뛰었고, 진출국 역시 32개국에서 120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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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지난 1967~87년 맥도날드의 신규 진출국은 매년 2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탈냉전 시기인) 90년대 중반 맥도날드의 신규 진출국은 매년 10개로 크게 늘었는데, 대다수가 (구)공산주의 국가였다”고 전했다. 맥도날드가 미국의 대외 전략과 연동해 움직인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맥도날드의 중국과 러시아 진출은 큰 화제가 됐었다. WP에 따르면 1990년 모스코바에 맥도날드 첫 러시아 지점이 세워졌을 땐 시민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섰을 정도였다. 외신들은 중국에 매장 오픈과 관련해선 “맥도날드 메뉴가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맥도날드에서 느껴지는 부(富)의 기운을 반겼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맥도날드 진출국 전쟁 없다’는 맞나=지난 1996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자신의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골든아치 이론’을 소개했다. 맥도날드의 로고(M) 모양에서 이름(골든아치)을 딴 이 이론의 핵심은 "맥도날드가 진출한 국가 사이엔 상업적 교류가 형성돼 있어 전쟁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평양에 맥도날드 매장이 생기면 북한이 한국·일본 등 주변국과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골든아치 이론이 항상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미국의 파나마 침공(1989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99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쟁(2006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WP는 "나라 간의 문화·경제적 유대가 분쟁을 줄이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때때로 맥도날드는 반미(反美) 감정의 타깃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이스라엘과 유혈 충돌을 빚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을 벌였다.

◆"과거 북한이 맥도날드 접촉도”=WP는 평소 햄버거를 즐겨 먹는 김정은의 입맛을 고려하면 맥도날드의 평양 진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WP는 "김정일 역시 생전 햄버거를 좋아했다. 2011년엔 고려항공을 통해 맥도날드 음식을 들여와 먹을 정도였다”고 했다. 38노스의 타운 편집인은 "과거 북한은 지점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맥도날드와 접촉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맥도날드 측은 WP의 관련 사실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만간 평양 시민이 맥도날드 ‘평양점’에서 빅맥 세트를 주문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맥도날드 측은 평양 진출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론 "계획이 없다”며 다만 "요청이 올 경우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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