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발레리나 박세은 “나는 항상 부족하다”

중앙일보

입력 2018.06.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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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발레리나 박세은이 5일 ‘브누아 드 라 당스’ 갈라 공연에서 조지 발란신의 ‘주얼’ 3부작 중 ‘에메랄드’를 연기하고 있다.

발레리나 박세은이 5일 ‘브누아 드 라 당스’ 갈라 공연에서 조지 발란신의 ‘주얼’ 3부작 중 ‘에메랄드’를 연기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제1무용수로 활약 중인 박세은(29)이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의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 수상자로 박세은을 선정했다.

‘무용계의 아카데미’ 최고상 받아
파리오페라발레 제1무용수 활동
앞으로 남은 건 ‘최고 수석’ 자리
지독한 연습벌레, 별명조차 ‘빡세’

박세은은 조지 발란신의 안무작 ‘보석(Jewels)’ 3부작 중 ‘다이아몬드’ 주역 연기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스베틀라나 자카 로아 등 5명의 발레리나와 함께 후보에 올라있었다.

5일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박세은. [모스크바=연합뉴스]

5일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박세은. [모스크바=연합뉴스]

수상 직후 박세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상이어서 머릿속이 하얗다. 시상식장에서 소감을 밝힐 때 눈물이 났다. 정말 너무 영광스러운 상인 것 같다. 항상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무용수 중 ‘브누아 드 라 당스’ 네 번째 수상자가 됐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1999년), 발레리나 김주원(2006년)에 이어 여성무용수로는 세 번째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기민은 2016년 한국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강수진 예술감독은 6일 “오늘 아침 시상식을 마친 박세은과 통화를 했다. 차세대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이 잘해줘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국립발레단 문화학교에서 발레를 시작한 박세은은 ‘빡세’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 입학했다. 안정된 기술과 다채로운 표현력이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박세은의 발레 ‘파세’ 동작. 2006년 서울예고 2학년생 때다. [연합뉴스]

박세은의 발레 ‘파세’ 동작. 2006년 서울예고 2학년생 때다. [연합뉴스]

2011년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에 입단한 박세은은 2012년 6월 한국 무용수로선 발레리노 김용걸(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발레단 정단원으로 발탁된 뒤 초고속 승급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2013년 ‘코리페’(군무의 선두·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를 나누는 다섯 등급 중 네 번째), 2014년 ‘쉬제’(솔리스트급·세 번째 등급), 2016년 ‘프르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두 번째 등급) 등으로 연이어 승급했다. 1669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아시아 무용수가 제1무용수가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파리오페라발레학교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발레단의 성격을 감안할 때 경이로운 기록이다. “정년 42세까지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그가 발레단에서 오를 자리는 ‘에투알’(최고 수석)만 남았다. 파리오페라발레의 349년 역사에서 프랑스인이 아닌 에투알은 한 명도 없었다.

‘콩쿠르의 여왕’은 박세은을 부르는 또다른 이름이다.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6년 미국 잭슨 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하는 등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중 세 곳을 휩쓸었다. 로잔 콩쿠르 입상 특전으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세컨드 컴퍼니인 ABT 스튜디오 컴퍼니(ABT Ⅱ)에서 1년여간 활동했으며, 2009년 국립발레단에 특채 단원으로 입단해 ‘왕자 호동’ ‘백조의 호수’ 등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박세은은 한국 발레리나 특유의 섬세한 감성 연기에 능할 뿐 아니라 고전 발레와 컨템포러리 발레 등 소화해내는 장르의 폭이 넓은 무용수”라며 “전설적인 발레리나로 성장하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발레의 개혁자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리기 위해 제정해 이듬해부터 시상한 상. 직역하면 ‘춤의 영예’라는 뜻이다. 한 해 동안 세계 각국 정상급 단체가 공연한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삼아 수상자를 선정하며, 매년 모스크바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실비 길렘, 이렉 무하메도프, 모리스 베자르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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