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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맨손 등반 … 75층서 걸린 스파이더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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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랑스의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56)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 외벽을 맨손으로 타고 오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프랑스 ‘어반 클라이머’ 알랭 로베르 #급진전 남북관계 기념하려 기획해 #세계 최고층 부르즈 칼리파도 올라

서울 송파경찰서는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무단으로 등반한 로베르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로베르는 롯데월드타워 측의 허가 없이 이날 오전 7시 55분부터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안전장비 없이 기어올랐다. 서울 송파소방서는 오전 8시쯤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맨손으로 등반하고 있다”는 롯데물산 측의 신고를 접수했다. 곧 소방차 14대, 소방관 65명이 투입됐고 롯데월드타워 주변에 로베르가 추락할 경우에 대비해 에어매트가 설치됐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로베르와 일행 2명이 한 조를 이뤄 건물 보안요원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로베르가 빠르게 벽을 타고 올라가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일행 2명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바로 붙잡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건물 외벽 청소를 위해 설치된 곤돌라를 타고 로베르에 접근해 등반을 중단하라고 설득했다. 로베르는 등반 약 3시간30분 만인 오전 11시쯤 75층(320m)에서 등반을 멈췄다. 이후 곤돌라를 이용해 11시45분쯤 건물 옥상에 올라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알랭 로베르가 6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123층 외벽을 맨손으로 오르다가(위 사진), 75층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무단등반한 로베르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중앙포토]

알랭 로베르가 6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123층 외벽을 맨손으로 오르다가(위 사진), 75층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무단등반한 로베르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중앙포토]

체포 직후 그는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한 관계를 기념하고자 타워 등반을 기획했다”고 진술했다.

알랭 로베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반 클라이머’(Urban climber)다. 어반 클라이머는 초고층 빌딩을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맨손으로 오르는 등반가를 뜻한다. 이날도 등반용 신발과 미끄럼 방지용으로 준비한 송진가루가 전부였다. 11세에 취미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는 그는 타이베이 101(508m), 홍콩의 청콩센터(283m) 등 전세계 150여개의 유명 건물들을 등반했다. 지난 201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28m)를 6시간 만에 정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시드니와 런던, 상파울루, 시카고, 쿠알라룸푸르 등에서는 협조 없이 초고층 빌딩을 올랐다가 체포됐던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진마오타워(420m)를 안전밧줄 없이 올라가다 강제추방됐다.

국내 최고 높이 건물인 롯데월드타워가 어반 클라이머의 목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3월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작가 비탈리 라스카로프(23)가 공사현장에 무단 침입해 건물 최고층 타워크레인에 올라 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클라이밍 선수 김자인이 롯데타워 측의 공식 행사 요청을 통해 2시간29분38초 만에 등반에 성공한 바 있다. 롯데물산 안전팀 나정현 책임은 “안전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지만 김자인 선수 등반처럼 사전에 우리와 협의를 하지 않고 올라가서 유감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최규진·성지원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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