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용산에서 4층 상가건물이 단 2초 만에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터졌다. 휴일이라 거주민 1명만 부상에 그친 것은 천우신조다. 평일엔 1층 식당에 100여 명의 손님이 붐볐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 토목공학자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해외 토픽감 뉴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건물 붕괴 조짐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고 증언한다. 1966년 지어진 이 건물은 2006년 도시환경정비사업(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사고 건물 1층 식당 주인은 불과 20여일전 건물 외벽이 불룩 튀어나오고 금이 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관할 용산구청에 신고했다. 1년 전에도 인근 상인들이 주변 도로에 금이 가고 구멍이 나 민원을 제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구청 측은 주민들의 신고를 흘려보냈다. 안전점검이나 보수보강 지시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이 건물 안전관리가 구청이 아닌 재개발조합(건물주)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연면적이 301㎡(91평)에 불과해 건축법에 따른 정기 안전점검 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건축법 35조 3항에 따르면 건물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허가권자인 지자체가 직권으로 안전점검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청 측은 사고 직후에는 “민원이 접수된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다가,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현장을 둘러본 뒤 건물주에게 안전 점검을 권고 조치했다”고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
일반적으로 건물주가 안전점검을 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현장에서 만난 세입자들은 “건물주들은 재개발이 되니까 철거하면 그만이다. 수천만 원씩 들여서 안전 점검받고 보강공사를 할 리가 없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우리들만 신세가 처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사고 원인은 뜯어 볼수록 명백한 인재(人災)다. 이번 사고처럼 서울 등 대도시 구도심에는 재개발·재건축 요건을 맞추려고 방치해 둔 노후 건물이 적지 않다. 서울 시내 주택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관리처분 인가 전이라 아직 철거하지 못한 건축물은 총 309개다. 이중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은 건물은 182개에 달한다. 한시라도 빨리 정비구역 내 건축물을 전수 점검하고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해외 토픽감 인재가 발생하는 나라라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규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