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몰 심장부에 있는 도서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색 조합이지만 굉장한 시너지(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도서관은 지역의 명소로 떠올랐고, 도서관에 사람이 몰리면서 쇼핑몰도 활기가 넘친다. 지난달 말 개관 1주년을 맞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얘기다.
도서관과 쇼핑몰의 이색조합 #서로 시너지 내며 각각 명소로 #정용진 부회장 인문학경영 반영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5월 말 별마당 도서관이 문을 연 뒤 1년 동안 2100만여 명이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방문했다고 4일 밝혔다.
신세계그룹홍보팀 김남곤 부장은 “신세계가 코엑스몰을 운영하기 시작한 2016년 말 이전에는 방문객의 수를 세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도서관 개관 이전과 비교해 얼마나 방문객이 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서관 개관 이후 빠른 속도로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엘화장품 코엑스몰점 김진숙 매니저는 “별마당 도서관이 생긴 이후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별마당 도서관 효과로 코엑스몰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신규 브랜드의 매장 입점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의 인기 식음매장인 탄탄면 공방을 비롯해 H&M, 언더아머, 캐스키드슨 등 최근 1년간 50여 개 매장이 코엑스몰에서 새로 문을 열었다. 또한 시코르, 부츠, 자주 등 신세계그룹 내 주요 인기 전문점도 신규로 입점했다. 신규 브랜드의 입점이 이어지면서 기존 약 7% 정도였던 공실률은 제로가 됐다.
별마당 도서관은 ‘인문학 경영’을 강조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실험이었다.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특색있는 도서관을 쇼핑몰 중심에 조성하면 도서관과 쇼핑몰 모두 명소가 될 것으로 정 부회장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프라퍼티는 입점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벤트 행사 등을 개최하던 기존 중앙광장(2800㎡)을 문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13m 높이의 대형 책꽂이 3개에는 매주, 매달 교체하는 600여 종의 잡지를 포함해 7만여 권의 책을 꽂았다. 약 1000권의 책이 한 달에 한 번씩 새로 비치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도서관 조성 비용 60억원과 도서관 운영비 등을 포함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1년간 책을 사는데 쓴 비용만도 7억원이다.
책과 함께하는 문화 행사도 고객들의 발길을 끄는 별마당 도서관의 경쟁력이다.
별마당 도서관에서는 명사 강연과 문화 공연 등을 매주 2회 이상 진행 중이다. 지난 1년간 총 142회의 문화 행사가 열렸다.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 건축가 승효상, 혜민 스님 등 유명 인사들이 별마당 도서관 강단에 섰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쇼핑과 문화, 그리고 휴식공간이 도심 한복판에 공존하는 스타필드 코엑스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욱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