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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대법관 수 24명 이상 증원해야"…조사 공개

중앙일보

입력

변호사 4명 중 3명이 대법관 증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수 사법부’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주목된다.

응답자 78%, 대법관 증원하면 #상고심 심리 충실해질 것 기대 #"24인 이상 적정" 응답 가장 많아 #'양승태 체제' 상고법원과 대비 #정책법원 역할 약화 우려도 있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달 24~31일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대법관을 포함한 법관 증원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회원 1961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 응답자의 78%인 1544명이 ‘대법관 증원 방안’을 찬성했다고 4일 밝혔다.

찬성 이유로는 대법관이 증원되면 대법원 재판의 심리가 보다 충실해질 수 있다는 기대(1294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사건 수 대비 대법관 수가 적기 때문(1174명), 대법관의 업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833명)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김현 대한변협회장. [중앙포토]

김현 대한변협회장. [중앙포토]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대법관 수도 조사됐다. 대법관의 경우 24인 이상이 적정하다고 답한 회원은 715명(36%), 15인~17인 506명(25%), 18인~20인 469명(23%) 순이었다.

반면 244명(12%)은 대법관 증원을 반대했다. 대법관 증원에 반대한 회원 중 과반수의 회원(163명)은 법관의 업무과중 문제의 경우, 대법관 증원이 아닌 심리불속행제도나 상고법원의 설치 등 다른 제도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간 변호사 업계는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심리불속행제를 폐지하고, 상고기각 사유도 충분히 설명해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 왔다. 대법원도 ‘양승태 사법부’ 체제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도입이 무산됐다.

대다수의 3심 재판을 대법관이 아닌 상고법원 판사에게 맡기는 대신 사건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문을 내겠다는 취지였지만 ”국민의 3심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여론 등에 밀려 입법화되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양승태 사법부에서 상고심 도입을 위해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상고심 개편 논의에 대한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이런 가운데 '김명수 사법부'에서 대안으로 대법관 수를 늘리는 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으로 규정돼 있다.

대법원이 한 해 처리해야 할 사건은 지난해 기준 4만6412건으로 사건 정체를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증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대법원 사건의 정체를 해결해야 한다”며 증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법관 수가 많아지면 전원합의체 사건 합의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엇갈리는 사안에서 통일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정책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반론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대법관 외에 ‘대법원 판사’를 임용해 사건을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관들은 소수의 사건에 집중하고, ‘대법원 재판’을 원하는 수요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전문법원화를 위한 검토도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연방최종심법원을 전문법원화해 대법관 수를 크게 늘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자는 주장이다. 독일의 연방최종심법원은 일반 민형사 재판을 하는 ‘연방일반대법원’ 외에 대법원급인 행정ㆍ재정ㆍ노동ㆍ사회 분야의 ‘연방전문법원’이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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