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기로 소문난 중국 병원 사업서 성공한 비결?

한때 중국의 거의 모든 성형외과마다 한국인 의사가 있었다. 세계적인 성형 기술과 한류와 함께 한국식 미(美)가 유행한 덕이었다. 한 달에 한 번 한국인 의사가 중국에 건너가 출장 수술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거진 과거의 얘기다.

상하이 구이캉 성형외과·피부과. [사진 차이나랩]

상하이 번화가 난징시루(南京西路) 끝에 걸친 정안사(静安寺) 근처, 이곳에 한국인이 대표원장으로 있는 성형외과·피부과가 있다.

"운영은 중국식, 문화는 한국식으로 #반드시 중국어 배워야 생존할 수 있어"

개원하고 2년간은 경영난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윗층 확장을 계획할 정도로 사업이 순조롭다. 프론트 데스크 주변에는 캐리어를 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른 지역에서 상하이까지 원정 시술·수술을 하러 온 환자들이다.

운영 비결이 뭘까. 차이나랩이 박혜진 상하이구이캉의료미용진료부(上海瑰康医疗美容门诊部, GK성형외과) 대표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혜진 대표원장. [사진 차이나랩]

박혜진 원장은 베이징에서 8년을 공부하고, 상하이에선 7년을 살았다. 도합 15년을 중국에서 생활한 중국통. 환자와의 소통도 중국어로 막힘없이 한다. 전공은 피부과다. 병원 규모는 약 9200제곱미터(2800평)로 상당히 큰 편. 의사와 상담실장만 각각 8명 있고, 전체 직원은 70명 정도다.

상하이 구이캉 성형외과·피부과. [사진 차이나랩]

-중국인이 대표이자 파트너인데, 함께 일하기 어렵지 않은지?
※중국에선 의사가 아니더라도 병원을 개원할 수 있다. 소위 '사무장 병원'이 가능한 셈.

중국인들이 돈만 밝히는 것 같다고요? 아닙니다. 그들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처음엔 쓴말, 정 없는 말을 하지만 한 번 룰을 정하면 그 다음부터는 일하기 굉장히 편한 타입이죠. 기계 하나 들여와도 이에 대한 증빙 10개를 요구하는 게 중국인입니다. 한국인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지만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반면 한국인은 정이 많고 대체로 '양반 기질'이 있습니다. 합작 파트너를 만나 처음부터 숫자(돈) 얘기를 꺼내기 미안해하죠. '설마 이런거 가지고 나중에 문제 일으키겠어?' 하지만 나중에 정말 그 '설마'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제게 병원 컨설팅을 받으러 오는 한국분들에게 제일 처음 묻는 말이 이겁니다. "계약서는 쓰셨어요?".

더불어 중국인들은 굉장히 돌려 말합니다. 진의를 알기 어렵죠. 분명 협력에 균열이 가고 있고, 상대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파트너가 제 환자로 만난 친구입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해 편하죠.

[사진 셔터스톡]

-중국서 의료 사업하기 어려운 부분은.

불시 점검이 말도 안되게 까다롭습니다.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죠. 게다가 하필 병원이 위생국과 5분 거리여서 처음에 굉장히 당황스러웠어요. 인테리어, 주사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벌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있는 핸드워시 제품 설명이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되어 있다고 주의를 받기도 했죠. 그 정도로 병원 관리가 굉장히 엄격합니다. 중국의 법은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되어있어요.

건물 임대료도 상당히, 아니 매우 비쌉니다(상하이 기준). 여기 정안사 부근은 특히나 더요. 월세가 서울 강남의 10배라고 보시면 됩니다. 억 단위죠.

-특별한 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한 마디로 운영은 대륙식, 문화는 한국식입니다. 중국 병원에서는 환자 개개인에게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하지만 저희 병원은 환자의 근황을 모두가 공유하며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유독 단골 손님이 많은 이유죠. 먹을 것도 많이 갖다주셔요(웃음). 아, 병원 동선도 한국 방식을 따랐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성형·피부과 시장의 특징은.

중국도 성형 시장이 발달하면서 단순 브랜드만 보는게 아니라 병원마다 특화 분야가 나뉘는 추세예요. 예를 들어 저희 병원은 코수술과 기미 치료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중국 환자의 경우 수십년 전 한국과 비슷해요. 대다수 중국인들은 본인의 얼굴형과는 상관 없이 소위 티나는 성형을 원합니다. 현재 한국인들이 자연스러운 성형을 추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죠.

또 중국 환자들은 비용이 비싸도 안전과 효과를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값이 2배 차이나도 믿을 수 있는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죠. 그래서 한 번 믿음을 주면 쭉 그 병원에 다닙니다. 남자 환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예요. 저희 병원의 경우 현재 10% 정도가 남성 고객인데, 특히 기업체 대표들이 젊은 이미지가 직원 관리에 도움이 된다면서 주름 관리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건수로 따지면 비수술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죠.

더불어 중국 의사들의 성형 기술이 엄청 올라왔습니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은 아직 한국을 따라올 수 없지만요.

[사진 셔터스톡]

-중국서 사업할 때 이것만은 꼭 유념해야 한다면.

반드시 중국어를 배우세요. 언어와 문화를 배우지 않으면 절대 중국 사업할 수 없습니다. 여기 한국인분 중에 상하이를 거의 10년을 왔다 갔다 하신 분이 있는데 여전히 사업이 제자리 걸음입니다. 그분의 특징이 있다면 중국어 실력이 10년 동안 거의 그대로라는 거예요. 제가 봤을 때 그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통역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소통 장벽이 분명 존재합니다.

또 앞서 말했 듯 '정'에 휘둘리지 마세요. 같은 문화에서는 정이 통해도 중국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중국 문화를 철저히 따르는 편이 비즈니스에 수월합니다.

상하이=차이나랩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