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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된 용산 4층 건물 붕괴 … “내벽 튀어나와 민원했지만 조치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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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4층짜리 상가건물이 3일 오후 완전히 무너졌다. 사진은 2017년 7월 붕괴 전 상가 모습. [사진 네이버 거리뷰]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4층짜리 상가건물이 3일 오후 완전히 무너졌다. 사진은 2017년 7월 붕괴 전 상가 모습. [사진 네이버 거리뷰]

서울 용산에서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완전히 붕괴돼 60대 여성 1명이 다치는 사고가 3일 발생했다. 휴일을 맞아 1·2층 식당은 문을 닫고 거주민들이 대부분 자리를 비워 피해자가 적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1·2층 식당 문 안 열어 참사 면해 #구청 “위험물 지정 안돼 점검 안해”

건물 세입자 정 모 씨가 최근 촬영해 용산구청에 제출했다는 사진. 벽에 금이 가고 튀어나와 있다. [연합뉴스]

건물 세입자 정 모 씨가 최근 촬영해 용산구청에 제출했다는 사진. 벽에 금이 가고 튀어나와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5분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있는 4층 상가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 사고로 인해 4층에 거주하던 이모(68)씨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대피 과정에서 가벼운 상처를 입어 생명엔 지장이 없다. 이씨는 “건물이 갑자기 흔들리다 주저앉았다”고 소방당국에 말했다. 인근 식당의 한 직원은 “‘쾅’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났고, 나와서 보니 먼지가 나면서 건물이 무너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1층과 2층은 휴일을 맞아 식당은 영업하지 않고 있었다. 이씨를 제외한 3층과 4층의 주민들도 모두 외출 중이었다.

건물 붕괴 후119구조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건물 붕괴 후119구조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무너진 건물은 1966년에 지어졌다. 건물 주민들은 해당 건물이 노후해 곳곳에서 붕괴의 조짐이 보였다고 주장했다.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정재영(32)씨는 “지난달 초 비가 많이 오고 나서 가게 벽 쪽에 나무 합판이 일어나더니 건물 내벽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부 상인들은 “지난달 구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용산구청 측은 해당 건물이 위험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별도의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위험시설물로 지정돼도 건물주가 보수조치할책임이 있고, 구청에서는 최하위 등급인 F등급일 경우에만 긴급행정명령으로 철거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해당 건물에서 현재까지 진동·균열 등 민원 접수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노후화에 따른 붕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주변의 노후화된 6개 건물도 대피령을 내렸다. 경찰은 추가 인명 수색이 끝나면 건물주 등을 불러 안전관리에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최규진·성지원·허정원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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