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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성적 올려 좋은 대학, 좋은 기업 가야지’…앙트십 알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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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트십 찾기 ① 학생들이 말하는 ‘앙트십’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이하 앙트십)이란 기업가정신을 뜻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기업가를 ‘창조적 파괴 과정을 이끄는 혁신가’로 규정하며 널리 알려졌죠. 풀어서 설명하자면 앙트십은,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기회 삼아 지속 가능한 해결방법을 만들어 내는 역량(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말해요. 때문에 앙트십을 구성하는 대표 요소로 창의성・자신감・적응력・리더십・헌신・용기・인내 등이 빠지지 않고 포함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고요? 네, 요즘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하는,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꼽히는 핵심 역량들입니다. 앙트십이 기업가만 갖춰야 할 역량이 아닌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죠. 기계가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시대에 앙트십은, 저마다의 역량에 맞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해내는 창의적인 역량과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체계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 즉 기업가정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사업가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테일러 피어슨은 자신의 책 『직업의 종말』에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앙트십’을 경험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내 안에 변화를 느끼거나, 앙트십의 중요성을 실감했을까요?
소년중앙에서는 5회 연재로 ‘앙트십’을 접한 사람들을 만나볼 계획입니다. 앙트십 교육을 서비스하는 oec가 2013년부터 진행해온 ‘앙트십 스쿨’을 경험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입니다. 앙트십 스쿨은 2018년 현재 네이버가 후원하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주최로 국내 학교 50곳(고등학교 20곳, 중학교 30곳)에서 열리고 있죠.
첫 회는 영파여고(서울 송파구) 학생 10명을 만났습니다. 2017년 2학기에 10주간 진행된 앙트십 수업 중에서 ‘만원 프로젝트(제한된 자본금 1만원으로 수익창출을 연습하는 프로그램)’를 함께한 2팀(1팀 5명)이죠. 수업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앙트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어요. 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되도록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기사는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영파여고 게스왓 팀

영파여고 게스왓 팀

① 팀명 게스왓의 프로젝트: 고민상담소

팀원: 안희정・우다현・양서윤・권은빈・임유나(2017년 당시 고2・왼쪽부터)
친구한테조차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든 청소년의 민감한 고민을 상담하는 프로젝트. 편지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놓고 소통한다는 내용을 다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파여고 당신을 그려드립니다 팀

영파여고 당신을 그려드립니다 팀

② 팀명・프로젝트: 당신을 그려드립니다
팀원: 유안나・홍진아・박혜영・이윤서・이민주(2017년 당시 고1・왼쪽부터)
내용: 그림을 잘 그리는 팀원 2명의 재능을 활용해 신청자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 주는 프로젝트. 이익을 크게 창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에 최대한 적게 쓰고 많이 벌자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앙트십 스쿨에 신청한 이유

희정 “제 꿈의 최종 목표는 회사를 차리는 거예요. 대학에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할 계획인데 복수전공으로 경영학도 배우고 싶어요. 앙트십을 배워두면 나중에 제 브랜드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다현 “전 앙트십이란 말 자체를 몰랐어요.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요. 창체(창의적 체험) 활동의 한 부류겠지, 수업 듣고 평가서 제출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참여했어요(웃음). 그런데,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희정이처럼 디자인 전공을 준비하는데, 이 수업을 들으며 창의적인 사람들의 사례를 많이 알게 됐어요.”
서윤 “창업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하고 내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친구랑 같이 신청했죠. 생각보다 창의력을 많이 발휘해야 하는 활동이어서, 처음엔 조금 부담스럽더라고요. 하지만 점점 재미있어졌고, 깨달은 것도 많았어요.”
은빈 “담임 선생님이 추천하셔서 신청했어요. 사실 신청서만 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혜영 “팀워크가 발휘돼 뭔가를 성취해나가는 활동을 좋아해요. 또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데, 나중엔 그림 전시도 함께하는 카페를 열 생각이에요. 그때를 위해 앙트십 스쿨을 신청했어요. 학교 수업과는 무관하게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 방식이 좋았고, 친구들과 어떻게 협업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사실 평소 수업 때는 협업할 일이 거의 없거든요.”
다현 “보통 주위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도, 내 의견을 강하게 표출해서 이미지가 안 좋아지느니, 그냥 얌전히 있자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희정 “그런데 앙트십은 적극적이어야 팀 작업이 굴러가요. 폐가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해요(웃음).”

2017년 2학기에 앙트십 스쿨을 신청한 영파여고 학생들. 학생들은 앙트십을 두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라거나 "창의적인 리더를 기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표현했다.

2017년 2학기에 앙트십 스쿨을 신청한 영파여고 학생들. 학생들은 앙트십을 두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라거나 "창의적인 리더를 기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표현했다.

윤서 “저는 선생님이 권해서 신청했는데,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불만들을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이걸 우리가 어떻게 바꿔볼까, 라고 머리를 쓰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진아 “1학년 때 여러 가지 다양한 것을 해보고 진로를 결정하자고 생각했거든요. 네이버에서 하는 거고, 좋아 보인다(일동 웃음) 싶어서 신청했어요. 원래 제가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인데(웃음), 수업을 들은 후로 한 가지에 집중하고 그걸 다양한 방법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생긴 거 같아요.”
안나 “(주저하며) 전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에 성공하지?’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서 세상에 먼저 발표하지?’ 이런 상상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 수업을 딱 봤을 때, 속물적이지만 돈 버는 팁을 배우지 않을까 했어요(웃음). 솔직히 기업가의 책임감을 알게 됐다거나 창의력이 향상됐다는 식의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었어요. 다만 아이디어를 자주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어요. 또 고민하는 문제를 더 자주, 깊게 생각하게 됐고요. 수업을 듣는 10주 내내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 “너희가 직접 고쳐봐” “한번 바꿔보자” 솔직히 그땐 힘들었는데, 이젠 지나가다 뭘 보면 “저거 바꿔버릴까?” 막 이래요(웃음).”

앙트십 수업을 들은 후, 달라진 점

민주 “예전엔 불편한 걸 느껴도 고칠 생각을 안 했어요. 아, 완전 짜증나, 이러고 말죠. 만원 프로젝트 뒤에 진행하는 앙트십 프로젝트(실생활에 불편하게 느끼는 문제를 발견,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효율적으로 실행 방법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고칠 생각을 안 했지?’ 제가 속한 팀은 환경 문제를 다뤘는데, 젖은 우산에 끼우는 비닐 사용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이후론 비닐을 함부로 못 쓰겠더라고요.”

다현 “부모님이 사업을 하세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저곳에 왜 편의점이 들어왔을까, 10m만 가면 편의점이 있는데’ 같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런 제 생각을 더 구체화해준 게 앙트십이었어요. 예전에는, 남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 나만 필요 없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점을 발전시켜 나만의 특색을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학교는 ‘항상 창의적이어라’ ‘너의 끼를 표현해라’라고 말하지만, 사실 창의적인 분위기는 아니거든요. 반면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앙트십 스쿨에서는 “너의 생각은 그렇구나”라며 긍정적으로 받아줘요. 이런 분위기에서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혜영 “앙트십 스쿨에서 선생님이 항상 해주는 말이 “실패해도 괜찮아”예요. 보통 실패를 부정적 단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실패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이라고 말해줘요.”

영파여고 게스왓 팀이 진행한 프로젝트 '고민상담소' 홍보 포스터와 고민 박스.

영파여고 게스왓 팀이 진행한 프로젝트 '고민상담소' 홍보 포스터와 고민 박스.

유나 “학교에서 팀 작업을 하면 제가 거의 도맡는 편이었어요. 애들 사이에서 흔히 팀 작업을 ‘버스 탄다’고 말하는데, 앙트십 수업에서도 팀 작업을 한다는 거예요. 또 혼자 하겠구나 했죠. ‘협력이라는 게 실제로 가능하긴 한 건가’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달랐어요. 모두 의견을 내고, 실제로 분업을 했죠. 협력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제 눈으로 목격했어요. 함께하니까 마음도 편하더라고요.”
다현 “정말 좋았던 건, 순수하게 논쟁할 수 있는 거였어요. 보통은 상대가 싸움 건다고 생각할까 봐 지적하는 것을 피하거나, 지적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예민해지거나 그렇잖아요. 그런데 앙트십 수업에선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두고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어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고민상담소 팀에 들어온 고민 사연들의 모습.

고민상담소 팀에 들어온 고민 사연들의 모습.

희정 “전 자신감을 얻었어요. 수업을 듣고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기록하는 일,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디자이너는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한 사건을 두고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바라봐야 하며, 문제를 발견해서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잘 몰랐던 거 같아요. 그런데 앙트십 수업을 들어보니,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더라고요. 또 그 문제를 어떻게 바꿀지 실행하는 경험도 쌓았어요. 그 과정에서 실패도 여러 차례 했어요. 마시멜로 챌린지도 그렇고, 만원 프로젝트(고민상담소)도 성공적이지 않았으니까요. 실패를 통해 스스로 피드백하고 부족한 점을 발전시키는 법을 배울 수 있었죠. 이걸 공부에도 접목을 시켰어요. 예전엔 점수가 안 나오면 ‘실수해서 그런 거야’라며 넘겨버렸는데, 지금은 잘못을 인정하고 분석하는 태도가 생겼어요. 못하더라도 이것 역시 나 자신이라는 생각, 잘하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학생들이 말하는 앙트십이란

안나 “사실 고1 때만 해도 성적 잘 받아서 좋은 대학 간 다음에 좋은 기업 취직하자, 이런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생각이 많아졌어요. 기업 밑에서 열심히 일만 하고 살다가는, 진짜 바쁘게 살다 죽을 거 같은 거예요. 한 번뿐인 인생, 남에게 이끌려가지 말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거 같은 거죠. 우리가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개혁적인 세대가 되어야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앙트십 수업에도 단점이 있어요.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운 거예요.”

당신을그려드립니다 팀의 SNS홍보 게시물.

당신을그려드립니다 팀의 SNS홍보 게시물.

민주 “앙트십은 ‘경주의 이탈’ 같아요. 모두가 똑같이 달리는 코스에서 한 명이 벗어나는 것은 영향이 미미하잖아요. 그런데 한 명이 나가서 문제를 해결한다, 모두가 이탈한 사람에게 눈을 돌릴 거예요. 그리고 코스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겠죠. 이탈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코스는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이런 계기가 우리 사회에 획일적으로 흐르는 문제를 줄여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앙트십에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혜영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들이 다 같이 참여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요. 전 앙트십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학창시절에 꼭 해봐야 하는 활동이라고 봐요. 사회에 나가서 이 경험을 발판 삼을 수 있고요.”
윤서 “행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앙트십 프로젝트를 할 때 저희 팀은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버스 배차 시간에 문제를 제기했어요. 웹사이트도 만들고, 조사도 다니고 인터뷰도 해보며, 학생이지만 내가 평소에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우쳤거든요.”
다현 “학교에선 전부 같은 수업을 듣고 하나의 방법으로 순위가 매겨져요.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고, 찾더라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앙트십은 내 개성을 장점으로 인식하고 확실하게 표출할 수 있는 공간 같아요.”

당신을 그려드립니다 팀에서 완성한 고객 일러스트와 캘리그래피.

당신을 그려드립니다 팀에서 완성한 고객 일러스트와 캘리그래피.

희정 “속된 표현이지만, 또라이 같은 리더를 기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창의력이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좋은 의미의 또라이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을 보면, 의외로 ‘공부도 잘하면서 이런 걸 몰라?’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제 주위를 봐도, 명문대에 가는 게 전부는 아닌 거 같아요. 아는 학원 선생님 중에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지만 다른 분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분이 있어요. 사실 잘 나가는 기업가도 그렇잖아요. 앙트십 스쿨에서 영상으로 본 유명 기업의 CEO 사례를 보면, 일반적인 사람이 없어요. 자퇴한 사람도 있고, 집에서 뭔가를 뜯고 부수고 개조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이런 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영재교육을 받은 친구라면 또 모르겠지만, 저희는 교과서만 보고 수업하고 좋은 대학 가라는 얘기를 주로 듣거든요. 저희도 그런 환경을 접할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요즘 강조하는 스팀(STEAM・융합인재 교육)에도 맞는다고 생각하고요. 정말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껴요.”
기획·글=commons,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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