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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1조 시장 잡아라”…부산 웹툰작가들의 세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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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글로벌웹툰센터 로비. 황선윤 기자

부산 글로벌웹툰센터 로비. 황선윤 기자

부산에 사는 남정훈(46)씨는 1세대 웹툰 작가(cartoonist)다. 어릴 때부터 곧잘 만화를 그렸고 만화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부산예술대와 영산대에서 만화를 전공했다.

전국 최초로 글로벌 웬툰센터 갖춘 부산 #작가 44명 입주해 밤낮없이 작품활동해 #“제작 공정 많아졌으나 속도 훨씬 빨라져” #웹툰 소비층은 10~20대,로맨스물 인기 #

개인 전시회 등 작품활동을 하다 2003년 첫 작품 ‘스몰(Small)’로 웹툰 작가로 데뷔했다. 1999년 어린이 문예지, 2005년 스포츠신문에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스몰은 행성과 충돌한 지구멸망의 시기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고민한 작품이다. 덩치가 커서 멸종한 공룡에 착안해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이 작아졌고, 결국 살아남았으나 다시 천적인 바퀴벌레와 싸우며 지구를 재건한다는 줄거리다.

부산 글로벌웬툰 센터 입주작가 남정훈씨.황선윤 기자

부산 글로벌웬툰 센터 입주작가 남정훈씨.황선윤 기자

웹툰 작가는 온라인상에 작품을 연재하는 것 자체가 데뷔다.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대 초 등장했다. 종이에 그려 책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그려 인터넷에 올리는 식으로 만화가 진화한 것이다.

그가 데뷔할 당시 부산 거주 웹툰 작가는 4~5명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종이만화 작가들이 원고를 들고 작품활동에 유리한 서울로 옮겨간 탓이다. 포털 등 웹툰 플랫폼에 5년간 스몰을 연재한 그는 2006~2012년 마법 판타지 작품 ‘마스코  마스코(Masco Masco)’를 연재했다. 그는 “만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독서를 하고 영화를 보며, 다큐멘터리를 검색해보거나 자주 걷고 상상하면서 특정 사안을 연구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부산 글로벌웹툰 센터에 있는 웹툰카페. 황선윤 기자

부산 글로벌웹툰 센터에 있는 웹툰카페. 황선윤 기자

그의 작업실은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내 부산 글로벌웹툰센터에 있다. 이 센터는 부산시가 국비 등 20억원을 들여 지난해 8월 구축해 문을 열었다. 전국 처음으로 웹툰 작가를 위한 창작지원실을 갖췄다. 작가 1인이 1인기업과 같은 역할을 하는 웹툰으로 일자리 창출 등 산업화하겠다는 뜻에서다.

전시실과 만화카페, 창작체험관 등을 갖춘 센터에선 지난해에 이어 오는 9월 웹툰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작가를 양성하기 위한 6주간의 웹툰 아카데미도 열린다. 작가들의 호응이 좋아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지난 5월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 생활문화센터 3층에도 웹툰 창작지원실(7명 입주)을 열었다.

창작지원실을 두면서 부산 웹툰 산업이 활성화하자 전국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이 잇따랐다. 지금은 부천에 이어 순천·대전 등이 구축 중이다.

작가들이 만화를 그릴 때 참고로 하는 모형.황선윤 기자

작가들이 만화를 그릴 때 참고로 하는 모형.황선윤 기자

글로벌웹툰 센터에는 부산·경남 만화작가 180여명 가운데 44명이 입주해 있다. 15㎡(5평)의 작업실을 2명이 함께 쓴다. 지금까지 이들 입주 작가들이 올린 매출은 10억원 정도다.

입주 작가 오영석의 ‘통-메모리즈’와 ‘독고-리와인드’는 영화로 제작됐고, 작가 김태헌의 ‘딥’,남정훈의 ‘아이(I) 등은 제작 중이다. 입주 작가들의 10여개 작품은 대만에 수출돼 연재 중이다. 곧 일본에도 연재될 예정이다. 작가들은 부산의 명소와 음식 등을 알리기 위해 부산 브랜드 웹툰을 제작하기도 한다.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각종 멀티미디어 효과를 동원해 제작된 인터넷 만화로 단순히 만화책을 스캔(scan)해 그대로 게재하는 온라인상의 만화가 아니다. 세로 스크롤 연출기법을 이용한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용어다. 영상과 음성 더빙(dubbing), 플래시 기법 등을 이용한 웹툰으로도 진화 중이다.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의 창작실.[사진 부산 정보산업진흥원]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의 창작실.[사진 부산 정보산업진흥원]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생활문화센터 3층에 있는 웹툰 창작실(리모트 지원실).[사진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진구 전포동 전포생활문화센터 3층에 있는 웹툰 창작실(리모트 지원실).[사진 부산정보산업진흥원]

2016년 KT 경제연구소는 웹툰이 연간 42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센터 관계자는 “웹툰 작가의 원고료와 콘텐트의 영화화 등 부가가치를 따지면 지금은 경제효과가 1조원은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50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웹툰 작가는 20~30대가 가장 많고, 이어 40대다. 독자는 10대가 가장 많고 뒤이어 20~30대가 차지한다. 20~30대 독자 중에서는 구매력이 있는 미혼 여성이 가장 적극적인 소비층이다. 작가들이 로맨스 작품을 많이 내놓은 이유다.

제작과정은 이렇다. 스토리에 맞게 주인공 등을 종이에 먼저 데생으로 그려 스캔한 뒤 여기에 맞게 태블릿 위에서 펜으로 컴퓨터 상에 만화를 그려 완성하고, 이어 음악·음성 등 후반 작업을 하면 된다.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 입주작가 김태헌씨. 황선윤 기자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 입주작가 김태헌씨. 황선윤 기자

웹툰은 종이 만화보다 공정은 많아졌으나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컴퓨터로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다. 제작에는 포토샵·클립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배경만 그려 놓고 작가에게 서비스하는 프로그램(스케치업 등)까지 생겨나고 있다.

요즘 만화작가들은 종이·인터넷 구분 없이 작품활동을 한다. 작가 가운데 인기 있는 10% 내외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 활동을 적게 하면 그만큼 수입이 적기 때문에 작가들은 밤을 새워 작업하기 일쑤다.

웹툰 작가들은 성공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센터에 입주해있는 18년 차 작가 김태헌(43)씨는 “브라질에선 축구만 잘하면 되는 것처럼 웹툰은 나이·학력에 상관없다. 그림 잘 그리고 이야기를 잘 만들어가는 실력만 있으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 입주작가 김은수씨.황선윤 기자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 입주작가 김은수씨.황선윤 기자

김 작가와 같은 작업실을 사용하는 김은수(41)씨는 20년 전 출판업계가 무너질 때 만화를 시작했다가 도저히 먹고살기 힘들어 다른 일을 하다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센터에 입주해 활동을 재개한 경우다. 곧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 작가는 “웹툰은 PC 한 대로 언제 어디서나 그릴 수 있어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손실이 거의 없지 않으나”며 재도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만화를 보는 인구가 줄어들고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부산 경찰청에 붙잡힌 ‘밤토끼’사건이 대표적인 불법 다운로드 사례라 할 수 있다.

남 작가는 “만화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공부를 했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어릴 때부터 모바일 게임 등 할 게 너무 많아 그런지 만화를 잘 안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 외부. [사진 부산 글로벌웹툰 센터]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 외부. [사진 부산 글로벌웹툰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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