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단체 ’상의 탈의 시위’에 페이스북 코리아 '공식 사과’

페이스북이 여성의 나체 사진 삭제 조치에 반발하며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누드 시위’를 벌인 여성 단체에 공식 사과했다. 해당 사진 게시글은 복구됐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여명은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게시글 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상의를 완전히 벗고 있었다. 이들의 몸에는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너만 까냐 나도 깐다” “브라없는 맨 가슴을 꿈꾼다” “찌찌가 별거냐”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여성 나체만 음란물로 규정하는 것은 차별” #페이스북 코리아 “규정 위반 아니다. 오류로 삭제” 사과 #반응 엇갈려…“사회적 통념상 거부감” vs “신체의 자유 보장”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측이 이들의 반라 사진을 삭제한 데서 시작한다. 이날 이 단체는 5월 26일 열린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찍은 상의 탈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를 삭제하고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며 1개월 계정 정지 처분을 내렸다.

주최 측은 “페이스북이 여성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면서 남성 나체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여성의 신체가 노출됐다는 이유로 퓰리처상을 받은 '네이팜탄 소녀' 사진이나 구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과 같은 예술작품을 삭제한 페이스북의 기준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시위대를 이불로 가렸지만 이 과정에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3일 삭제한 사진을 복원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 측은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귀하의 게시물이 당사의 오류로 삭제됐다”며 “해당 콘텐트를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을 해제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누드시위를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엇갈린다. 이날까지 복구된 게시글에는 5만여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남녀 간 성(性)대결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위를 목격한 김문수(51)씨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 통념상 거부감 들고 공공장소에서 이런 시위는 방법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여성 강모(32)씨도 “남성과 여성의 신체는 엄연히 다른 구조와 역할이 다른데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면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과격한 시위가 모두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다.

이들의 시위를 여성해방운동으로 바라보고 지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여대생 주모(22)씨는 “여성의 가슴이 태어날 때부터 성적인 의미를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신체의 자유는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존중돼야 한다”며 “남성의 노출을 허용하는 것처럼 여성의 노출도 사회적 편견을 지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공연음란죄 등으로 체포하려 했으나 항의에 부딪혀 훈방조치했다. 불꽃페미액션 측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게시물 탈환을 완료했다. 우리의 승리다"면서 "여성의 몸이 성적 대상화되지 않는 그날까지 액션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