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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소수정부, 伊 포퓰리즘 정부…"EU 통일된 비전 잃어가"

중앙일보

입력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사회당 대표가 새 총리로 취임하면서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사회당 대표가 새 총리로 취임하면서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46) 신임 스페인 총리가 2일(현지시간) 필리페 6세 국왕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정부 수반으로 공식 취임했다. 제1야당인 사회당 대표인 산체스는 다른 정당과 연대해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전날 통과시켰다. 선거 없이 총리에 오른 것은 스페인 역사상 그가 처음이다.

46세 산체스 총리 취임 "스페인 현대화" 일성 #긴축정책 재검토한다지만 재원 마련 불투명 #브렉시트 이어 스페인·이탈리아 불확실성 증가 #"새로운 역사적 시대 맞은 유럽 앞날 복잡할 것"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을 현대화하겠다"며 부패에 맞서고 직업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불평등을 줄이고 노인 복지와 공공의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라호이 정부가 추진해온 긴축 정책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돕겠다고도 했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학창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한 산체스 총리는 사회당 대표를 맡아 치른 2016년 총선에서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참패했다. ‘뒷문’으로 총리가 됐다는 평을 듣는 그가 사회당의 정책을 실행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프랑스24방송이 보도했다.

 사회당이 350석 하원에서 84석밖에 갖고 있지 않아 법안 처리도 지뢰밭이다. 산체스는 극좌 포데모스와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바스크국민당 등 이해관계가 다양한 정파와 손을 잡았다. 이들 사이에선 산체스 총리에게 백지수표를 준 건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카탈루냐 분리정당의 후안 카르다 대변인은 “산체스에게 ‘예스'를 한 것은 라호이에게 ‘노'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드리드자치대 페르난도 발레스핀 교수는 “산체스는 의회에서 쉽게 다수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밖에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테네오연구소의 안토니오 바로수 부소장은 "경제정책에서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12개월 이내에 조기 총선 가능성이 크다"고 APF통신에 말했다.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가운데)가 부총리와 장관직을 겸하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오른쪽), 극우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와 나란히 서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가운데)가 부총리와 장관직을 겸하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오른쪽), 극우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와 나란히 서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에서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소수 정부가 들어서고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 연정 정부가 출범한 데 대해 로마 루이스대 세르지오 파브리니 교수는 “유럽에서 지금은 새로운 역사적 시대”라며 “앞날이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 등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이어 헝가리와 폴란드 등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계속되는 데다 유로존 3, 4위 경제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노출됐다"며 “EU가 통일된 비전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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