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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美 점령지” 터키 매체에 느닷없는 한국 비하…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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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하카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장에서 터키 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드는 모습(왼쪽)과 터키 친정부 유력 일간지 칼럼 "한국 모델, 무비판적 서구화" [AP, 터키 일간지 예니샤파크 웹사이트=연합뉴스]

터키 하카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장에서 터키 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드는 모습(왼쪽)과 터키 친정부 유력 일간지 칼럼 "한국 모델, 무비판적 서구화" [AP, 터키 일간지 예니샤파크 웹사이트=연합뉴스]

오는 24일 대선과 총선을 앞둔 터키에서 최근 한국을 비하하는 기사가 잇달아 실렸다.

한국을 터키의 발전 모델로 집중 거론하는 야당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보수성향 매체들이 한국을 왜곡, 비하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터키 유력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대선을 앞두고 한국이 터키의 발전 모델로 집중 거론되는 것을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예니샤파크는 친정부 성향의 매체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정의개발당'(AKP)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매체로 꼽힌다.

신문의 필진인 파루크 악소이는 이 칼럼에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한국 모델'을 제시하는 경향을 지적하며 한국모델을 내세우는 이들의 속내는 서구화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국내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사례를 들며" 서구화를 원하면서도 이를 드러내는 데 눈치를 보는 이들이 '한국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며 "한국(모델)이라는 말은 미국을 기쁘게 하는 것이고 아무런 의문과 생각도 품지 않고 나라를 미국의 문화에 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아시아인 비하 표현으로 여겨지는 '째진눈'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는 "째진눈의 아시아인을 통해 팝송을 들려주면서 사람들에게 이것을 보수적(자신의 것을 보존한다는 의미)이라 여기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서양의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한국 비방 칼럼은 일간지 '아이든륵'에도 게재됐다.

아이든륵의 필진 이스메트외즈첼리크는 한국을 '미국의 점령지'라고 왜곡했다.

그는 터키 야당 대선 후보가 한국을 본보기로 제시한 것에 대해 "수도 서울의 중심에는 미군 기지 본부가 있는, 미국의 점령 아래 있는 나라"라며 "한국은 미국의 프로젝트 국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진기지"라고 왜곡하고, 깎아내렸다.

터키 현지 언론이 느닷없이 한국을 비하, 왜곡, 헐뜯는 보도를 쏟아내는 데는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대선 후보 무하렘 인제가 최근 한국을 터키의 발전 모델로 계속 언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제 후보는 지난달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대에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터키와 비슷한 2000달러 수준이었는데 교육으로 기술인력을 대거 배출해 3만 달러까지 불렸다"고 진단하고, "우리도 교육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부 대도시 이즈미르 유세에서도 "터키가 베네수엘라처럼 되려는가, 한국처럼 되려는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는 화장실 휴지조차 사기 어렵게 된 반면에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로 발전했다"며 한국의 발전 모델을 강조했다.

터키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예니샤파크 같은 수구 언론이 야당을 견제하려고 애먼 한국을 비하하는 상황"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인들은 야당 후보 공격을 위해 한국을 비방하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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