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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8명 몰카 찍은 20대 남성 ‘무죄’ 판결 나온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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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일러스트. [뉴스1]

몰카 일러스트. [뉴스1]

여성 8명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짧은 치마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김병만 판사는 사기·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송모(21)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송씨에게 추가로 적용된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송씨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통해 허위 판매 글을 올리고 피해자 27명으로부터 2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와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씨는 사기 혐의와 별개로 지난해 4월부터 두 달 동안 시내버스와 버스 정류장 등을 돌아다니며 여성 8명의 다리와 허벅지를 몰래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송씨는 시내버스 좌석에 앉아 있는 여성 곁으로 다가가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허벅지를 몰래 촬영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척하면서 사진을 찍거나 거리를 걷는 여성을 뒤따라가며 다리 부위를 촬영했다.

김 판사는 송씨의 사기 등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몰래카메라 범죄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몰카를 찍은 사실은 명백하지만 여성의 전신을 찍었고,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이 들 정도로 노출이 심해 보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판사는 “노출이 심한 짧은 치마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비록 여성들의 다리에 초점을 두고 촬영하기는 했지만 맨눈으로 통상적인 방법을 통해 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촬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송씨가 여성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촬영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 사진들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무죄 선고 취지를 밝혔다.

판결과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송씨가 찍은 사진은 다리가 보이는 전신 촬영 사진으로 일부러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기 위해 확대하거나 비정상적인 위치나 각도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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