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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 이인제 "영호남 아들이었으면 벌써 대통령 됐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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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는 ‘최다 출마기록 보유자’다. 대선 2번, 총선 7번, 지방선거 2번 등 공직선거 출마만 이번이 11번째로 국내 정치인 중 1위다. 대선 경선, 당 대표 경선 등 작은 선거까지 합하면 출마 횟수가 28번에 달한다.

그런 그도 이번 충남지사 출마 결심은 쉽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고공행진 했다. 게다가 이미 경기지사를 지냈는데 또 다른 지역 광역단체장으로 출마한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피닉제' 이인제 "정계 은퇴? 생각하지 않는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지역 유권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인제 후보 캠프]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지역 유권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인제 후보 캠프]

지난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파문에 휩싸이면서 충남 민심이 요동쳤고, 한국당에서도 충남은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준표 대표는 두 차례 대선 후보와 노동부 장관, 6선 국회의원에 경기지사까지 지낸 이 후보를 ‘필승카드’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 6번 중 4번을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지냈다. 지난 2016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후보에게 1%포인트 차로 아쉽게 패한 뒤엔 정계 은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그의 정치 역정을 불사조에 빗댄 별명 ‘피닉제(피닉스+이인제)’답게 충남지사로 재기할 수 있을까. “위대한 반전이 시작되고 있다”고 자신하는 이 후보를 30일 ‘밀착마크’했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아산지역 유권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아산지역 유권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안희정 미투 파문’ 이제 잠잠해진 것 아닌가.
표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방권력이 주민들한테 충격을 주고, 한밤중에 도망가듯이 무너지는 건 처음 봤다. 한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민주당 지방 정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론 조사상 2위, 왜 역전 안 되고 있다고 보나.
보수우파를 지지하던 분들이 흩어지고, 실망했는데 회복이 덜 됐다. 집권세력은 남북문제나 적폐청산으로 바람을 일으키니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마치 바람에 누웠던 풀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저는 국민들이 지방선거 본래의 이슈를 가지고 냉정하게 투표를 해주리라 생각한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아산시민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아산시민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당 대표 밉다고 후보 안 찍어줄 분 없다" 

홍준표 대표가 영남권 5곳과 충남의 승리를 자신했다.
글쎄, 홍 대표께서 무슨 근거로 말씀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주민들의 마음 밑바닥에선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걸 피부로 느낀다. 남북문제나 다른 지방선거와 상관없는 이슈에 눌려있을 뿐이다. 특히 민생경제에 관해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이인제를 찍고 싶어도 한국당이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은 없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 당이 좀 더 좋아지라고 채찍질하는 것이다. 당 대표가 밉다고 후보를 안 찍어줄 분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그런 말씀도 안 하실 것 아닌가.  
일각에선 ‘올드보이’라고 하는데 젊은 층과도 소통 잘 되나.
그건 언론에서 그렇게 쓰는 거다. 젊은 층과는 접촉에 한계가 있을 뿐, 만나면 다 좋아한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온양온천역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온양온천역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이 후보는 30일 오전 7시 온양온천역 앞에서 출근 인사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시내버스와 수도권전철간 환승 할인을 추진하겠다는 공약 홍보를 겸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놓칠까 손발이 분주했다. 아무리 바빠도 삼시세끼를 다 챙겨 먹는 게 건강비결이라는 이 후보의 이날 아침 메뉴는 순댓국이었다.

충남 인구 약 절반이 천안·아산 거주, 표심 잡기 주력

충남 인구(218만명)의 44%가 천안ㆍ아산에 거주하는 만큼 관련 공약 개발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경쟁 상대인 민주당 양승조 후보가 천안에서 4선의원을 한데다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한다는 점 등이 이 후보에겐 부담이다. 이 후보는 오전 10시 30분 천안 불당동 후보 캠프에서 천안ㆍ아산 핵심공약을 발표했다. 천안ㆍ아산 인접 지역에 충남도청 제2청사를 설치하고, 문화체육예술 복합시설인 ‘충남 아레나’도 건립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천안 불당동 후보 캠프에서 충남도청 제2청사 건립 추진 등 천안ㆍ아산 핵심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천안 불당동 후보 캠프에서 충남도청 제2청사 건립 추진 등 천안ㆍ아산 핵심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이후 차로 1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대전 중구의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였다. 대전시장, 충북지사, 세종시장 후보들과 함께 4대 권역 공동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등 번호 2번이 쓰여있는 유니폼을 입고 “요새 연일 역전승으로 충청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한화이글스처럼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대역전의 승리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미투 성폭력, 드루킹 댓글공작 등이 적힌 대형 풍선을 야구 배트로 터뜨리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민주당표 적폐도 청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대전,충남,충북,세종 4대 권역 공동공약 발표 후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대전,충남,충북,세종 4대 권역 공동공약 발표 후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오른쪽)가 지난달 30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충청4대권역 공동공약 발표 후 '민주당 적폐청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오른쪽)가 지난달 30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충청4대권역 공동공약 발표 후 '민주당 적폐청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인제 후보 캠프]

양승조 후보는 “이인제는 태극기 집회 참여한 사람, 저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엔 변함없나.
변할 게 뭐가 있나. 탄핵은 헌정의 한 불행한 국면이다. 미국은 240년 넘게 헌정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한 차례도 탄핵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과오가 있다면 정상적인 법 절차에 의해 추궁할 일이지 탄핵으로 내쫓고 헌정 질서에 큰 충격과 오점을 남기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성적지향 등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담긴 충남도 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했다. ‘동성애 반대’가 득표에 도움이 될까.
신성한 인권이라는 가치와 기준에서 볼 때 오히려 동성연애를 조장하고 양성화하려는 지방정부의 활동, 특히 도민 예산까지 투입한 건 아주 잘못된 정책이다. 전 지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인권정책을 폈기 때문에 그걸 정리하는 차원에서 인권조례를 폐지한 것에 공감한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의 천안 불당동 후보 캠프에는 이 후보의 별명인 '피닉제'를 활용한 공간이 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불사조 카페'와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불사조 그림 배경의 포토존이다. 김경희 기자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의 천안 불당동 후보 캠프에는 이 후보의 별명인 '피닉제'를 활용한 공간이 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불사조 카페'와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불사조 그림 배경의 포토존이다. 김경희 기자

"영남·호남·충청당 한바퀴 돈 것뿐 변절한 적 없어"

당적을 여러 번 옮겼다는 비판이 따라다니는데.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거쳤는데 직접적인 것은 내가 대권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내가 충청의 아들이 아니라 영남이나 호남의 아들이었다면 그런 역경을 겪지 않고 벌써 대통령 했을 거다. 충청의 아들이다보니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본의 아니게 당을 여러 군데 전전했는데 그렇다고 내 소신이나 뜻을 한 번도 변절해본 일 없다. 또 우리나라 안에 있는 정당, 그것도 영남 중심당, 호남 중심당, 충청 중심당 세 군데를 한 바퀴 돈 것뿐이지 무슨 중국 공산당에 갔다 온 것도, 북한 노동당에 갔다 온 것도 아니지 않나.
2016년 총선 낙선 후 정계 은퇴를 고민한 적도 있나.
전 은퇴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한 번 장수는 영원한 장수다. 아무리 노구라도 국가가 필요로하면 언제든지 말을 타고 전장으로 달려나가지 않나. 정치인이란 것도 건강과 의지가 남아 있기만 하면, 언제든지 국가가 부르고, 당이 부르고, 국민이 부르면 부름에 응해야 할 그런 전사라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에선 93세 마하티르 총리가 또 (재집권해)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았나. 은퇴란 말은 사치스런 하나의 수사에 불과하다.

이 후보는 올해 만 70세다. 충청 대망론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강원이면 어떻고 제주면 어떠냐“며 “국가를 잘 경영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마땅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충남지사를 맡겨주시면 제 모든 경험과 역량을 다 쏟아부어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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