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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적은 메모가 새 직업으로…국내 최초 정리전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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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22)

워크넷(www.work.go.kr)의 한국직업사전에 의하면 지난해 말 현재 대한민국의 직업 수(본 직업+관련 직업)는 1만2145개이고 직업명 수(본 직업+관련 직업+유사직업)는 1만5936개이다. 한국 최초의 직업사전이 발간된 1969년에 직업 수가 3260개였으니 약 반세기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많아진 셈이다.

직업의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사라지는 직업보다 새로 태어나는 직업이 더 많기 때문이리라.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낸 사람에게는 ‘최초’ 혹은 ‘1호’의 칭호가 붙는다. 국내 1호 정리컨설턴트 윤선현(43)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를 만나 평범한 직장인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민국 1호 정리컨설턴트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사진 이상원]

대한민국 1호 정리컨설턴트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사진 이상원]

직업 반열에 오른 정리컨설팅 

인터넷 검색을 하면 정리컨설턴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고객의 주변 환경 정리를 도와주고,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는지 가르쳐주며, 정보·상품·아이디어·구조 해결방법 시스템을 제공하는 직업이다. 이를 통해 생산력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 여가·공간·활동범위를 좀 더 잘 조절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리 컨설팅과 정리대행을 서비스하고 있는 개인과 회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지금은 정리 컨설팅과 정리대행이 아주 낯선 개념은 아니다. 윤 대표가 2010년 5월 베리굿정리컨설팅을 창업해 국내에 정리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소개한 이래 현재까지 저술, 강연, 방송 출연을 활발히 해온 덕이 크다.

2012년에 처음 써낸 책 『하루 15분 정리의 힘』은 곧바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관계정리가 힘이다』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 『아이의 공부습관을 키워주는 정리의 힘』 등 쓰는 책마다 화제가 되면서 복잡한 삶에 지친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방송에서 정리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섭외 1순위로 꼽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KBS 아침마당, EBS 다큐프라임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인기 탤런트 하석진이 주인공인 정리컨설턴트 역을 맡은 KBS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 제작에 자문을 제공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우선 정리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물어봤다.

“창업한 것은 2010년이지만 정리컨설턴트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생각한 것은 2002년이에요.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단순하게 살아라』(로타르 J. 자이베르트, 김영사, 2002)를 읽고 나서 책 속지에 ‘정리전문가 윤선현입니다’라고 적은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어떤 거창한 계획이 있어서 한 행동이 아니라 책에서 감명을 받은 나머지 사람의 공간, 관계, 시간 등의 정리를 도와주는 ‘인생관리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충동적으로 적은 것이죠. 몇 년이 흘러 창업하면서 좀 더 직업적인 느낌이 드는 ‘정리컨설턴트’로 바꾼 것입니다.”

윤선현 대표가 감명 깊게 읽은 책 속지에 적었던 ‘정리전문가’ 메모. [사진 이상원]

윤선현 대표가 감명 깊게 읽은 책 속지에 적었던 ‘정리전문가’ 메모. [사진 이상원]

책 한 권이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관심의 뿌리는 일찌감치 내리는 경우가 많다. 윤 대표는 언제부터 ‘정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중학생 때 좁은 칸막이 방서 ‘정리’ 관심 생겨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으로 제 방이 생긴 중학생 때라고 할 수 있어요. 임시로 칸막이를 친, 방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온전히 저만 쓰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좋았어요. 소중하게 잘 정리하고 관리하고 그랬죠. 이때부터 결핍한 현실을 채워 충실하게 만드는 노력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자연히 자기계발, 성장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정리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새로운 직업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묻기도 전에 덧붙였다. 정리전문가답게 살아온 스토리와 그 의미를 잘 정리해 인터뷰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했는데 플래너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회사였어요. 정리, 자기계발, 성장, 교육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당시 꿈의 직장이었죠.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습관이나 자기관리 관련 책은 거의 다 읽었거든요. 6년 동안 근무하면서 매장 수도 크게 늘리고 시간 관리 세미나도 활성화하는 등의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플래너 제작관리부터 상품기획까지 정말 신나게 일을 했어요.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회사에 새로운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독립을 계획하게 됐죠. 그동안 개인을 위한 정리상품을 기획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정리를 도와주는 일’을 사업으로 해 보자고 결심을 한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던 ‘정리전문가 윤선현입니다’라는 메모를 적은 것이 이 회사 근무하기 전이에요.”

직장생활 시절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에서 활짝 웃는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직장생활 시절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에서 활짝 웃는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사람들은 흔히 ‘정리’ 하면 ‘청소’를 떠올린다. 윤 대표가 처음 정리 컨설팅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정리’의 개념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했다.

정리는 단순한 청소 아닌 삶을 사랑하는 방법   

“직장에서는 시간을 토대로 삶을 정리하는 제품과 교육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일을 했었는데, 창업하면서 공간·인맥·시간 정리로 개념을 확장했습니다. 삶의 생산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리는 단순히 공간을 청소하는 좁은 개념이 아닙니다.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가장 쉬운 자기계발방법이라 할 수 있는 넓은 개념입니다. 그래서 기업경영과 같이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죠. 한마디로 정리는 ‘비움’으로써 풍성해질 수 있는 행복한 삶의 비결입니다.”

윤선현 대표가 정리 컨설팅을 해 주기 전(위)과 후(아래)의 주방 모습. [사진 이상원]

윤선현 대표가 정리 컨설팅을 해 주기 전(위)과 후(아래)의 주방 모습. [사진 이상원]

2010년 5월에 정리 컨설팅이란 직업을 세상에 소개한 이래 만 8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10년도 안 됐으니 아직 초기라고 할 수 있죠. 만 8년 동안 한 우물을 파 온 것에 대해 주위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그 사실이 우선 대견하고요. 처음에는 책을 내고 강연을 하면서 개념과 필요성을 알렸는데, 점점 언론에서 관심을 갖더니 최근에는 웹툰과 드라마 등에서 관심을 가집니다.

저도 곧 정리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모아 에세이를 낼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공간·관계·시간의 정리에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개성 있는 공간에 좋은 사람이 모여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볼 계획입니다."

각종 강연에서 ’비움을 통해 풍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각종 강연에서 ’비움을 통해 풍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윤선현 대표. [사진 이상원]

창업 준비 중인 직장인이 해야할 일들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한 마디 부탁했다.

“평소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 잘하는 일과 못 하는 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을 리스트로 잘 정리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간적인 상황과 기분에 치우쳐 경솔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죠. 체계적이지 않더라도 정리리스트 만드는 것이 생활화하면 현명하게 포기· 타협· 양보를 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집니다."

정리컨설턴트 윤선현이 제안하는 삶을 정리하는 쉬운 실천
5가지

1. 한 명씩 핸드폰 주소록 정리 : 전화번호 삭제, 연락내용 추가하기

2. 사용하지 않는 물건 정리 : 버리기, 선물, 중고 판매하기

3. 5분씩 새로운 시간 정리 : 독서, 운동, 동영상 보기

4. 인생 키워드 정리 : 관련 기사 검색하기, 멘토 찾기

5. 행복 상자 정리 : 인생에서 의미, 추억 있는 물건으로 메모리 박스 만들기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 저자 jycy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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